ECM 40주년 기념 카탈로그와 일본 레코드 역사
稲岡邦彌, 『ECM catalog: 40th Anniversary』, 東京キララ社, 2010..
1969년 설립 이래 1천장 넘게 발매된 ECM의 모든 앨범 재킷 이미지와 관련 정보들을 모 아 ‘시리얼 넘버 순서로’ 정리한 ’세계 최초’의 기록인 “40주년 기념 카탈로그”는, 독특하게도 (ECM 본사가 있는 독일의 뮌헨이 아니라) 일본의 도쿄에서 출간되었다. (2019년에는 50주년 기념으로 증보개정판이 나왔다.)
카탈로그 기획을 주도한 이나오카 쿠니야(稲岡邦彌, 1943-)는 대기업 음반사 재직 당시 1970년대 초부터 독점 계약으로 일본에 ECM 레이블을 도입했고, 이후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음반 제작 기획 일을 하면서 2004년에는 Jazz Tokyo라는 웹 매거진 창간 후 현재까지 편집장을 지내고 있는 일본 음반업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이 방대한 카탈로그를 제작하게 된 경위와 의미를, 7백 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두꺼운 책에서 겨우 한 페이지에 할애했다. 그를 포함해 모두 열 한 명의 저자가 참여한 이 책은 각 음반 항목마다 핵심적인 주요 정보와 특징적인 세부 사항들을 싣고 있으며, 단순한 카탈로그를 넘어서 일종의 ‘사전’과 같은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 대해 “ECM 40주년을 맞이해 일본에서 보내는 응원(エール)”이라고 너무도 겸손하게? 요약하는 이나오카의 설명은 어떻게 보면 서구의 음악을 ‘지식’으로 ‘학습’하는 것을 당연히 여겨 온 일본 근대의 서양음악 수용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모차르트 대전집을 기획하고 발매했던 이노우에 타로 선생이 떠오르기도 하는 지점이다. 이 전집은 백과사전 분량의 책 열 한 권과 2백 매 가까운 LP음반으로 구성된 대규모 구성으로 당시 40만엔이 넘는 고가였음에도, 3천세트나 판매되었던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과연 이런 전집을 기획할 수 있을까. )
일본에서 서양음악을 수용하고 학습하기 시작하던 시기는 (우연히도?) 서구 레코드 산업의 초창기와 맞물리며, (음악의 역사와 내용을 학습하는 것과 별개로) 사실상 서양의 주요 국가들과 거의 같은 출발선에서 레코드 업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NHK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쿠로다 요시히로(1931-2022) 선생의 “일본 레코드 문화사” 초판이 출간되던 1979년은 일본에서 ‘레코드 100주년’을 기념하던 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처음으로 포노그래프를 발명했다고 알려진 시기가 1877년 경으로, 일본 최초의 클래식 음악 교육기관인 도쿄음악학교가 10년 후인 1887년에야 개교했음을 감안하면, 일본의 ‘레코드 문화’가 얼마나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