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니라는 장르를 평정한 19세기의 스타 피아니스트

편곡자이자 번역가로서의 리스트

by yoonshun

Jonathan Kregor, ”Liszt as Transcrib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Lawrence Kramer, ”The Thought of Music“,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6.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스타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교를 과시하는 비르투오조 연주자의 조상 격으로 그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는 19세기 후반 음악 논의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교향시(Symphonic Poem/Symphonische Dichtung)'라는 장르를 확립한 오케스트라 작곡가로도 존재감이 크다.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심포니가 가사나 외부적인 목적 없이 오로지 '음악' 그 자체만으로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해 온 당대의 사상가들과 작가들의 견해에서 더 나아가, '교향시'의 바탕을 이루는 이른바 '프로그램(標題)'의 개념은 19세기 후반 음악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슬리크(Eduard Hanslick, 1825-1904)는 이러한 교향시의 원리를 비판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리스트가 교향시라는 장르를 구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다수의 심포니 작품들을 포함한 곡들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했던 이력과, 그 과정에서 문학의 ‘번역’에 관한 이론과 사상을 깊이있게 고찰했던 과정이 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녹음 기술이 아직 등장하기 이전인 19세기 중후반 유럽은 (가사나 표제의 유무와 관계없이) 음악의 추진력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글’과 밀접하게 얽혀 있었던 듯하다.


따라서 ‘번역가’로서의 리스트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그의 편곡 작품에 담긴 기법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낭만주의로 규정되는 19세기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며 그가 남긴 창작과 연주의 흔적들은 곳곳에서 당대 문학과 철학, 신학의 영역에서 고조되었던 여러 갈래의 논의와 논쟁들에 맞닿아 있다. ‘사상으로서의 음악’이라는 주제가 19세기 음악사의 중심을 이루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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