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May 16. 2024

질보다 양! 형편없는 글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훌륭한 글을 쓰려 애쓰기보다는 적당한 글을 많이 쓰는 게 낫다

그저 그런 작품, 형편없는 글을 많이 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 한 편이라도 위대한 작품을 쓰고 싶어 한다. 실제로 단 한 권의 베스트셀러로 부와 명성을 거머쥔 저자들이 꽤 있다.



상업적인 성공은 차치하더라도, 누구나 단순히 많은 양의 내용으로 글을 채우기보다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홍수처럼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골라 제공하거나, 독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양질의 내용을 쓰고 싶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질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질은 잠시 잊어버리고 양에 집중해야 한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많이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도예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는 ‘양’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제출한 도자기 작품의 질은 보지 않을 테니, 무조건 많이 만들어 제출하는 학생에게 좋은 성적을 준다고 한 것이다. 나머지 한 그룹에게는 반대로 ‘질’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구했다. 이 그룹의 학생들은 작품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성적을 매길 테니, 같은 기간 동안 단 하나의 작품만 제출해도 된다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최고의 작품들이 모두 ‘양’을 초점으로 한 그룹에서 나왔다. 



'양'에 초점을 맞춘 그룹의 학생들은 수많은 작품을 만들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 수많은 실패 경험이 모여 재능이 되었다. 반대로 ‘질’에 초점을 둔 그룹은 완벽함에 대해 고민하느라 많은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이 실험은 사진 찍기 등 다양한 버전으로 반복 실험했으나, 결과는 늘 같았다. 행동의 횟수가 질을 좌우한다. 질적인 성장은 반드시 양적인 축적이 선제되어야 한다. 글을 많이 쓴 사람이 결국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우리 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생명을 지키려는 편향이 작용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뇌의 가소성 때문인데, 큰 변화는 받아들이지 못해 원래대로 되돌아가려고 하지만, 대신 작은 변화는 받아들인다. 글쓰기에 적용해 보면, 처음부터 훌륭하고 위대한 작품을 쓰려고 하면 뇌가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 구상에만 지나치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실제로 글은 쓰지 못한다.



많은 성공학 책에서 실패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성공의 열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양적으로 많이 해 본 후에야, 능력이든 기술이든 질적으로도 향상된다.


우리는 누구나 별 볼일 없는 글을 쓸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좋은 글을 쓰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생각이 바로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다.



형편없는 글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형편없는 원고는 실패가 아니라, 내가 글을 썼기에 얻은 성과다. 형편없는 원고라도 원고가 있을 때, 그 원고를 퇴고해 좋은 글로 변화시킬 기회가 생긴다. 심지어 남에게 보여 주고 지적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자.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할 때 독자의 관점에서 내 글을 볼 수 있게 되고, 내 글을 독자와 교감하는 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질보다 양!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적당한 글을 많이 쓰는 게 낫다.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강연 신청 및 상위 1% 독서 커뮤니티 무료입장, 1:1 글쓰기 코칭 신청 


https://link.inpock.co.kr/sohee_writer/


이전 18화 닥치고 써라! 글 쓰기 좋은 날이나 장소 같은 건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