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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09. 2020

패밀리 밴드 트롯에 도전

영탁_’니가 왜 거기서 나와’

패밀리 밴드 YESS의 연주_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넉 달 전 패밀리 밴드 YESS*를 결성한 후 가장 어려운 일은 합주곡을 선곡하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십 대 초반인 두 아들과 나이 오십을 앞두고 있는 부모가 함께 좋아하는 노래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이들이 듣기 싫어했고, 아이들이 즐겨 듣는 노래들은 부모에게 낯설었다. 하지만 밴드를 하며 음악을 함께 한다는 목적 때문인지,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우리는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꾸 찾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중 패밀리 밴드 합주 목록에 트롯까지 올라왔다. '미스터트롯' 열풍으로 요즘 트롯 음악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무심코 트롯 곡들을 듣던 남편이 갑자기 한 곡에 푹 빠지더니, 그 곡을 반복해 듣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이 겨우 노래 한 곡일지라도 남편이 뭔가를 좋아하고 열정을 갖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남편과 함께 기뻐하고 싶어, 나와 아이들은 기꺼이 합주곡 목록에 그 곡을 올렸다. 드디어 합주실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곡,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함께 맞춰 보았다.


처음에는 "오우, 트롯..." 하며 혀를 내두르던 아이들도 함께 연주를 하다 보니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든다. 나 역시 속으로는 '트롯은 별로인데' 하며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연주를 하다 보니 남편이 그 음악에 빠진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트롯, 발라드, 록, 힙합... 장르를 가리지 않고 YESS의 도전은 계속된다. 나이 들면서 시야가 좁아지기 쉬운데,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하는 덕분에 나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좋다. 특히 요즘 코로나19로 집을 떠나 지내고 있어, 악기도 없이 유튜브를 보며 상상으로 연습하거나 노트북 키보드로 연습하는 고작이다. 이런 한계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식구들이 음악을 함께 하며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역시 패밀리 밴드가 누리는 선물이 아닐까.


(*식구들 이름 영문 앞 자를 딴 밴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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