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 양말을 선물 받고
깊은 어둠이 내린 겨울 저녁, 모자와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한 채 차가운 길을 걸어온 이의 손에는 작은 선물이 들려 있었다. 왼발과 오른발의 디자인이 다른 짝짝이 양말 두 켤레.
짝짝이 양말처럼 튀는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던 날들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세상의 눈치를 덜 보았고, 나만의 리듬으로 걷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성숙이라는 이름의 포장을 덮어쓴 후, 더 이상 저지르지 못하는 이가 되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너무 온몸으로 새긴 것이다.
춘지에 연휴가 다가오자 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떠났다. 아이들의 머리를 해주던 헤어 디자이너도 자리를 비웠다. 할 수 없이 허름한 동네 이발소를 찾았다. 잔뜩 긴장한 아이들의 얼굴은 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될수록 어두워졌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하지만 그보다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릴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 자신이지 못하고, 내가 속한 공동체의 평균이길 바라기 시작했던 마음은 그 또래 때부터 싹텄던 것 같다. 나를 나의 눈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던 순간들. 아이들도 나도 더 이상 회색 교복 밑에 반항처럼 신던 연두색이나 핑크색 양말은 신지 않게 되었고, 적당히 평범하고 쿨해 보이기를 바란다.
두 발을 짝짝이 양말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서로 다른 무늬가 튀는 발끝을 내려다보니 가슴 한 편이 아리다. 따뜻한 실내에 가만히 숨어 있고 싶던 마음이 어느새 발끝을 재촉한다. 복잡하게 쏟아지는 질문들을 허공에 흩으며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두 뺨을 두드린다. 가로등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양말 무늬처럼 제멋대로 흔들린다. 모두가 바라보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발걸음이 이리저리 튀며 골목길을 채운다. 내 발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어 설렌다.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고, 2025년 2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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