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징안쓰 (静安寺)
성격 유형에 따른 연애 영상을 재미 삼아 하나 클릭했을 뿐인데, 화면은 곧 연애 조언으로 가득 찼다. 어떤 유형은 감정 표현에 서툴고, 혼자만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마침, 내 연인이 꼭 그런 사람이다. 댓글 창에는 “그래서 외롭다”라는 말이 줄지어 달렸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엉뚱한 질문이 떠올랐다. 연인과 하루 스물네 시간을 붙어 지낸다면, 정말 외롭지 않을까.
난징루를 걷고 있으면 상하이는 더 이상 도시라기보다 거대한 군집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어깨는 끊임없이 서로를 밀어낸다. 시선은 쇼윈도에서 번쩍이다가 곧바로 다음 빛으로 옮겨 가고, 발걸음은 목적을 향해 빨라진다. 모두가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 흐름의 끝에 황금빛 지붕이 불쑥 솟아 있었다. 징안쓰. 번화가 한복판에 놓인, 기묘한 고독.
그날은 발을 멈췄다. 문턱 앞에서부터 몸의 속도가 달라졌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이 사라졌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동차 소리도, 사람 목소리도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더 이상 나를 끌고 가지 못했다. 대신 내 숨이 들고 나는 소리가 들리고, 신발 밑창이 바닥을 누르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고요하고 평안한 사찰, 징안쓰. 이곳의 고요는 비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중심이 분명한 침묵. 이곳의 고독은 버려진 상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누구도 서로를 소비하지 않았다. 각자의 침묵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나는 뜻밖에도 함께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먼저 나 자신과 함께, 그리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도 내 안을 떠난 적 없는 연인과 함께. 고독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혼자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충만히 품은 고독, 그래서 텅 비어 있지 않은 고독이 있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미셀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중
사찰 밖으로 나오자, 다시 욕망의 속도가 몸을 감쌌다. 화려한 숍, 사진을 찍는 손, 재촉하는 발걸음. 사람들은 이토록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의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바깥의 고독은 가볍고 빠르다. 무엇도 오래 머물지 못한 채 흘러간다. 상대도 없고, 나도 없는 텅 빈 고독. 그제야 질문이 달라졌다. 연인과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까, 라는 질문 대신, 나는 이렇게 묻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안에 머무는 법을 알고 있는가.
눈을 들어 황금빛 지붕을 바라보았다. 징안쓰는 여전히 번화가 한가운데 서 있다. 아무것도 피하지 않은 채, 그러나 그 무엇에도 잠식되지 않은 모습으로. 가까이 있어도 소모되지 않고, 홀로 있어도 비어 있지 않은 상태로. 연인을 닮은 그 고요가 도시의 소음 속에 오롯이 서 있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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