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소나무 연가 - 이해인

by 윤소희

소나무 연가


-이해인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 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라 여겼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당신.


당신의 사랑이 이미 식은 거란 생각에 뾰로통해진 나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마음까지 내주려 했습니다.


아…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식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펑펑 쏟아지는 눈물에 온몸을 내맡겼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 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나의 어떠함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사랑을 부어주는 당신.

비어 있던 중심을 기쁨과 생기로 가득 채워주는 당신.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