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파는 남자> -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
“만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노르웨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기도 하고,
어쩌면 페르시아 사람으로 태어나길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루과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사는 동네가 바뀌는 것일 뿐이니까.”
라는 보르헤스의 말로 서문을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과거에 사람이었던 도마뱀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어디 있는 줄도 정확히 몰랐던 작가의 나라, 앙골라만큼이나 낯설게…
나의 이름, 나의 과거가 '운명처럼 부과된 하나의 형벌이나 선고’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
소설 속으로 들어가
“내게도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 파세요.”
라고 외치고 싶다.
전혀 다른 이름과 과거를 얻어가지고는,
리스본에, 리우 데 자네이루에, 마투그로수 주 판타날에, 타만 네가라에, 그리고 고아에서
햇빛을 바라보며 그 햇빛들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 보고 싶다.
그는 자신이 오로지 햇빛에 의해 서로 다른 이 세상의 곳곳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햇빛은 봄이 끝나갈 즈음, 순백의 색조를 띠고 매혹적으로 집집 위에 내려앉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햇빛은 때때로 거리를 뒤덮고 광장과 정원에 슬프게 내려앉았다. 게다가 습기 먹은 먼지와 재를 동반해 마치 비단의 광채처럼 더욱더 순백색으로 변해갔다. 브라질 마투그로수 주(州) 판타날의 물에 잠긴 습지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푸른색 앵무새들이 날개를 흔들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반짝이는 햇빛이 마치 노래하듯 천천히 수면 위에 내려앉았다. 말레이시아의 타만 네가라(Taman Negara)의 햇빛은 흐르는 물체와 같아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어 미묘한 맛과 냄새를 풍겼다. 인도 고아(Goa)의 햇빛은 소란스럽고 거친 모습으로 나타났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구름을 뚫고 나오는 순간부터 함박웃음을 띠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대한 소설을 읽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삶이 보통의 삶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제 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제각기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모든 것에 붙여진 이름은 운명처럼 자신에게 부과된 하나의 형벌이나 선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것들은 폭우가 내린 다음, 강에 불어난 흙탕물처럼 명성을 쌓아가기도 하고, 또 아무리 이를 거부한다 하더라도 운명이 자신에게 부과한 것을 결코 거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어떤 것들은 마치 가면처럼 자신을 숨기거나 속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은 그 어떤 힘도 갖고 있지 못해 이렇게 저렇게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에게 붙여졌던 인간적인 이름을 생가해본다. 지금의 나는 그 이름이 전혀 그립지 않다. 그 이름은 결코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