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서 아름다운 섬, 증도
새벽에 눈을 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가장 먼저 나를 어루만지며 반겨준 건 거미줄이었다. 밤새 공들여 지었을 거미의 사냥터. 인공의 빛이 없어 캄캄한 새벽,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질이며 엉겨 드는 거미줄을 뜯어낸다. 두 팔을 우스꽝스럽게 휘두르며. 가끔 날벌레와 모기가 날아들기도 한다.
섬 전체에 가로등이 별로 없고 불빛을 켜 놓은 곳도 거의 없어 밤이 되면 다니기가 어렵다. 도시처럼 밤을 하얗게 보낼 유흥업소도 없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평소 버릇대로 스마트폰부터 들었지만, 작은 숙소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금세 내려놓았다. 전등 불빛이 어두우니 침침한 눈으로 새벽에 글을 쓰기도 어렵다.
이런 걸 ‘불편’이라 부르며 쉽게 투덜거린다. 하지만 ‘불편’이라고 쉽게 치부해 버리는 것들이 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닐까. ‘편리함’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혹시 ‘아름다움’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은 것들은 아닐까.
인공의 빛들을 꺼두니 비로소 별들이 보였다. 까만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 크기도 밝기도 다양한 별들이 조밀하게 박혀 있는 하늘에서 간간히 알고 있는 별자리가 눈에 띄니 반갑다. 사위가 어두우니 귀가 예민해져 개구리 소리며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새벽 4시쯤 되니 부지런한 닭이 울기 시작한다. 얼마 안 가 교회 종소리가 울린다. 어제저녁 산책길에 보았던 작은 교회일 것이다. 그 곁을 지날 때 교회 건물 옆에 흰 고양이가 예닐곱 마리 모여 있어 눈길을 끌었던 게 기억이 난다.
섬으로 직접 들어오는 버스가 없어 광주에서 지도로 가는 버스를 탄 후, 지도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증도로 들어왔다. 섬 전체에 택시가 단 두 대뿐이라는 기사님 말을 듣자마자 섬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인구가 겨우 2천 명 정도 되고 차로 돈다면 40분 정도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작은 섬. 사람이 적어 빈 섬이라 여겼던 내 생각은 틀렸다. 섬에는 내가 무지해서 이름을 모를 뿐인 수많은 벌레와 새들, 짱뚱어 같은 낯선 갯벌 생물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동틀 때까지 실컷 별을 보았다.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 지저귀고 빛이 점점 어둠을 밀어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평소에 루틴으로 하던 많은 일들을 하지 못했지만, 대신 더 큰일을 했다. ‘불편’이란 이름의 아름다움을 눈과 귀에 담뿍 담아두는 일을.
안으로 들어가려고 돌아서는데 미처 제거하지 못한 거미줄에 거미가 매달린 채 나를 바라본다. 활짝 열린 건 눈과 귀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알려주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