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립고 또 그리운
여행 중에 길가에 심긴 해바라기를 보았다. 키도 꽃도 작은 해바라기는 추억의 해바라기와는 모습이 좀 달랐지만, 5년 전 친구와 함께 프랑스의 화이앙(Royan*)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바라보았던 해바라기 밭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운 친구의 얼굴과 함께.
해바라기를 보며 떠올렸던 친구에게 그 그리움의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바로 그날 저녁 프랑스에서 오랜만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해바라기와 해바라기 밭이 찍힌 사진과 함께. 친구도 해바라기를 보며 5년 전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렸던 것이다.
열네 살,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입으로 되뇌어 보기만 해도 풋풋하고 맑던 나이에 친구가 된 우리들. 20년이 넘는 긴긴 시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다 마흔이 넘어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스에 모여 한 달을 같이 보냈다. 한국에 있던 친구와 중국에 있던 내가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 날아간 것이다.
마당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아, 좋다!’를 몇 번이나 연발했던가.
20여 년이란 길고 긴 시간이 흘렀어도
우리는 친구니까.
한 달을 머물던 프랑스와 친구 집을 떠나기 전 날, 손편지와 함께 내가 쓰던 성경책을 친구 집에 남겨놓았다. 성경은 수없이 줄 쳐지고 메모가 되어 있어 아끼던 것이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주고 싶었다. 그때 내 편지를 읽고 울었다는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건강해라. 오래오래 친구 하게…"
그래, 오래오래 친구 하자.
또 한 20년쯤 흘렀을 때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벌써 5년이 흘렀다.
여름이 오고 뜨거운 태양 아래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꺼내어 볼 추억이 있어 좋다. 그리고 맘껏 그리워할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있어서.
*화이앙'(Royan)은 프랑스 서부 대서양 해안 지롱드(Girond) 강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 화가 코로(Corot)가 화이앙을 ‘대서양의 진주(Perle d’Ocean)’라고 불렀다. 에밀 졸라나 피카소 등이 머물기도 했던 아름다운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