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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04. 2020

생각만 해도 좋은 단 한 가지를 고르라면?

<아무튼, 하루키> -  이지수

여수를 출발해 서울로 오는 KTX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 

<아무튼, 여름>으로 여행을 시작해, <아무튼, 하루키>로 마무리한 것이다. 

덕분에 아무튼, 여행.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다. 

남들의 ‘아무튼’을 들여다보는 건 몹시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내 ‘아무튼’을 묻는다면 괴로울 것 같다. 

후보에 오를 만한 건 많지만, 그중에 딱 한 가지를 고른다는 건 역시 어렵다. 

나한테 한 권을 써 보라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어쩐지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 나만의 ‘아무튼’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버렸다. 


저자는 하루키가 좋아서, 하루키 작품을 직접 번역하고 싶어서, 일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어 번역작가가 되었다.그만큼 강하게 삶을 움직일 수 있는 '아무튼'이라니. 부럽다.


<아무튼, 하루키> -  이지수


우리가 서로에게 기쁨만을 주었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애의 자전거 소리가 한밤의 기적 소리 같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제는 그 장면이 작고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느껴진다. 흔들면 기적 소리가 나는 그 유리구슬은 가끔 꺼내 보면 예뻐서 좋지만 그 매끄러운 표면은 더 이상 나를 아프게도 가렵게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에 작은 슬픔과 거대한 안도를 동시에 느낀다.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돈이 존재한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쓰고 나면 비참한 기분이 되고, 다 써버렸을 때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자기혐오에 빠지면 돈을 쓰고 싶어 진다. 그러나 그땐 돈이 없다. 구원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양을 쫓은 모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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