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할 수 있나요? 심지어 내가 늙어도?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by 윤소희

어쩐지 여름에는 이런 고딕 소설이 잘 어울린다.


"영원히, 아우라,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영원히라고요? 내게 맹세할 수 있나요?”
"맹세하지.”
“내가 늙어도? 미모를 잃어도? 백발이 되어도?”
“내 사랑,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영원히… 영원히... 아우라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펠리페.

아우라가 사실은 '양파 껍질처럼 푸석푸석하고 삶은 살구마냥 주름진 얼굴'의 늙은 콘수엘로 부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펠리페는 영원의 맹세를 기억했을까?


감히 짐작조차 해볼 수 없는 ‘영원'.

그를 사모하는 마음이 우리 가슴속에 심어져 있어 가 닿을 수 없는 그곳에 닿아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흐느적거리고, 주름지고, 작고, 오래된 나체를’ 발견한 펠리페처럼 한순간에 부서져버리곤 한다.


아름다움도, 사랑도 영원할 수 없다.

109세의 콘수엘로 부인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모습으로 ‘아우라’를, 그리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픈 ‘펠리페’를,

이미 쇠약해버린 기운을 최대한 끌어모아 (상상력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아름다움과 사랑이 절정을 이뤘던 젊은 한 때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그에 연연해하는 콘수엘로 부인이 측은하면서도 어쩐지 그녀의 발악이 남 일 같지 않게 여겨진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잘 늙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우라1.jpg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한줄기 빛이 아스라히 들어오자, 너는 깜짝 놀라 그만 얼굴을 떼고, 달빛이 새어 드는 벽의 틈을 찾아. 생쥐가 갉아 먹은 눈 모양 틈에서 은빛이 새어 들어와 아우라의 백발과 창백하고 메말라 양파 껍질처럼 푸석푸석하고 삶은 살구마냥 주름진 얼굴을 비춰. 이제까지 키스해 온 살집 없는 입술과 네 앞에 드러난 치아 없는 잇몸에서 너는 입술을 뗄 거야. 달빛에 비친 늙은 콘수엘로 부인의 흐느적거리고, 주름지고, 작고, 오래된 나체를 보지. 네가 만져 주고, 사랑해 주고, 또한 돌아와 줘서 그녀는 가볍게 전율해…….


“돌아올 거예요, 펠리페, 우리 함께 그녀를 데려와요. 내가 기운을 차리게 놔두세요. 그러면 그녀를 다시 돌아오게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