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다

<허조그> - 솔 벨로

by 윤소희

두 번째 결혼마저 실패.

아내와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당한 배신.

그 배신을 혼자만 끝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데서 느끼는 굴욕.


이혼 후 부인이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솔 벨로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정말 내가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허조그가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자신의 마음 상태를 부치지 않을 편지들로 끊임없이 써 내려가는 문장들을 따라간다.


Narrative therapy(이야기 치료)라는 게 있듯이,

어쩌면 허조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 속의 이야기들을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끌어냄으로써 스스로의 상처들을 치유했는지도 모른다.


진리의 빛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아. 그리고 그 빛 속으로 들어오지 못할 만큼 하찮거나 부패한 인간은 없지.


문장으로든, 이야기로든,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든

‘빛’을 찾아가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그 ‘빛’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만큼 하찮거나 부패한 인간은 없으니.


허조그.jpg <허조그> - 솔 벨로


그는 마음의 상처를 느끼지 않으려고 덧창 다는 일을 계속했다. 이런 성격적 기벽으로도 안도감을 얻을 수 없을 때, 직면하게 될 감정의 심연이 그는 두려웠다.


비틀거리며 몸의 균형을 잡듯이, 조금 미친 짓을 하면 오히려 제정신으로 돌아오듯이, 허조그는 스스로 조롱하기를 즐겼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야기는 참 길고도 끝이 없지요. 듣는 사람에게는 정말 지루한 이야기이고 말입니다.


그의 가슴은, 새장 속 독수리가 모두 날아가고 텅 빈 새장처럼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고는 다시 독수리들이 돌아오기를 갈망한다.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진의보다는 절반쯤 이해할 수 있는 진의가 더 받아들이기 쉬운 것 같아, 허조그는 생각했다. 완벽하게 명료한 설명은 거짓 같다.


마흔일곱 살인 그는 밤새도록 여자와 물고 빨고 입술이 아플 때까지 키스했지만, 그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마누라 다섯을 더 얻어도 상관없지. 하지만, 너처럼 모든 걸 치열하게… 너처럼 치명적인 선택을 하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좀…


나는 인생의 가시덤불에 떨어져 피 흘렸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인생의 가시덤불 위에 떨어져 피를 흘렸지. 그다음에? 나는 여자와 뒹굴며 짧은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곧 다시 가시덤불 위에 떨어져 만족스러운 쓰라림, 혹은 고통을 즐긴다. - 그런 오묘하게 뒤섞인 감정이 어떤 것이지 누가 알까! 도대체 영원히 좋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출생과 죽음 사이에는 이 괴팍한 행위 - 무질서한 감정을 유일하게 균형 잡아주는 행위이다. - 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가? 자유는 없는가? 충동뿐인가? 그렇다면 가슴속 이 기쁨은 무엇이지? 아무 의미도 없는 기쁨인가? 한낱 우스개에 지나지 않나? 가치가 있을 거라는 가짜 희망에 속는 건가? 그래서 그는 투쟁을 계속한다. 그러나 이 기쁨은 가짜가 아니다. 맹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