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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2. 2020

"딱 한 권만!"이나 "딱 한 잔만!"이나

<아무튼, 술> - 김혼비

“딱 한 잔만!” 

하루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술꾼처럼, 

“딱 한 권만!” 

하루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책을 읽고 말았다. 


원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쓰고 고쳐야 할 원고가 산더미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더 읽고만 싶어 지는 도피 심리까지. 

이 책은 얇으니까 괜찮아, 하고 다독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들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낄낄거리며 웃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기절할 듯 웃다가 눈물을 찔끔 짜내다 다시 웃기를 반복하던 나. 

누가 봤다면 영락없이 술 취한 사람 같았으리라. 


몇 년 전부터 술을 안 마시고, 못 마시는 사람이 되었지만. 

한 때는 밥 대신 술만 마시던 때도 있었다. 

결국 얇은 책 한 권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교차되며, 술로 인한 기쁨과 슬픔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딱 한 잔만!”이라는 말이나 

“딱 한 권만!”이라는 말이나. 

그 말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이미 잘 알지 않나.


<아무튼, 술> - 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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