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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5. 2020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그러 모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런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와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사람은 언제 집요해지냐면 그것이 마음속의 어떤 것과 결부되어 있을 때,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결부’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라고 그것이 내면의 어떤 것을 건드려 ‘위협’할 때, 위협은 공포와 분노와 절박감과 동시에 아주 맹렬한 생의 의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 최선을 다하게 된다.


     믿을 수 없게 조그맣고 보드랍고 연약했지만 그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은 어쩐지 내 것보다 크고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천 편에 달하는 시를 썼지만 생전에는 단 일곱 편만 발표한 19세기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

‘세 편 썼어.
그가 말했다.
시를 세다니.
에밀리는 시를
상자 안에 던져버리곤 했지, 난
그녀가 몇 편인지 헤아리는 모습은 상상조차 못 하겠어.
그저 차 포장지를 펼쳐
또 한 편을 썼지.
그게 옳아. 좋은 시란
차 냄새가 나야 해.
아니면 거친 흙이나 새로 쪼갠 장작 냄새든. ‘
-울라브 하우게, <세 편 썼어> 중


     어떤 말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고 누군가의 얼굴은 흐릿하게 지워짐으로써 더 정확히 지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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