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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28. 2020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초조한 마음> - 슈테판 츠바이크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주인공의 고백처럼 연민을 사랑과 혼동함으로 상대에게도 내게도 상처만 입힌 적이 있다. 연민은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손을 떼지 못하면 독이 된다는 것도, 비록 선의로 시작했어도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몰랐기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어디까지가 나의 단순한 실수이고 어디서부터 나의 죄가 성립되는지 그 경계를 구분 짓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주인공의 말처럼 다시 그 상황을 마주한대도 연민을 제대로 조절할 자신이 없다. 어디서부터가 잘못으로 넘어가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고 있었기에 에디트가 자살했을 때는 슬픔과 동시에 안도함마저 느꼈다. 부끄럽게도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진정한 연민은 스스로 뿌리가 튼튼한 자, 그럼에도 섬세하게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자, 끝까지 변치 않을 의지를 가진 자만이 가능한 일. 나는 멀어도 너무 멀다.




<초조한 마음> - 슈테판 츠바이크


내가 목발을 만지는 순간 당신들의 숨이 멎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서둘러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것을 모를 것 같나요.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스물다섯 살의 나는 몸이 아프거나 불구인 여자, 미성년자나 나이가 많은 여자, 버려지거나 낙인찍힌 여자들도 감히 사랑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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