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일
내 언어를 잃지 않으면서도 네 영혼에 가닿을 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세상의 빈틈에 숨겨 왔던 내 몸을 조심스레 꺼내 볼 텐데.
상처 입은 날개로 떨고 있는 너를 가시 없는 품으로 안아줄 수 있다면,
점점 눈이 멀어가는 너에게 한 줄기 빛이 될 텐데.
경계를 풀지 않고 머뭇대다 조심스레 열어 보인 네 상처를 보드라운 손길로 쓰다듬어주고, 따스한 숨결을 ‘훅’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상처가 아물 때를 기다려 날개의 깃 고르는 걸 도와주고, 주저하며 뒤를 돌아볼 때 한 자리에 머물러 너를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음을 알려줄 수 있다면.
혹여 너무 오래 주저하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너를 기다리는 일.
마침내 날아오르는 너를 오래도록 바라볼 그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