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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Nov 18. 2020

슬플 땐 아이스크림... 아니면?

<복자에게> - 김금희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할 일은 많았지만 어쩐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지는 날. 


<복자에게>를 들고 ‘고고리 섬*’으로 들어가 몇 시간 잠수를 탔다.  

한 시간쯤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섬을 몇 바퀴를 돌며.  

(*고고리 섬은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섬) 


소설은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사건과 그 소송을 모티프로 하고 있어 심각하고 묵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들은 오히려 복자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눈썹을 그려주는 일이나 ‘생선은 구우면 고소해지지만 조리면 맛이 화려해진다’ 같은 문장처럼 ‘포슬포슬한' 것들 뿐이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과 산문집을 나오는 대로 읽고 있는데,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문장들이 ‘양말’ 같다.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양말. 


인스타그램 @mistydio


"슬픔은 차갑고 마음을 얼얼하게 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었다." 

- 김금희 <복자에게> 중 


주인공 영초롱은 슬플 때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 

그러고 보니, 나는 슬플 때면 훌쩍 혼자 사라져 소설을 야금야금 먹곤 했다. 

지금처럼...



<복자에게> -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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