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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Dec 17. 2020

태몽으로 뱀과 고양이 꿈?

꿈은 그 꿈을 믿어주는 사람의 것

A: 나 낳을 때 무슨 꿈 꿨어? 

B: 갑자기 왜?  

A: 아니 그냥…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나 싶어서. 

B: 네가 지금 어때서? 

A: 아이, 몰라. 태몽이나 얘기해 줘. 

B: 고양이 꿈꿨어. 



A: 뭐, 고양이? 왜 하필 고양이야? 꿈에 고양이가 나오면 별로 안 좋다는데… 뭔가 감추고 숨기는 위험한 인물과 관련된다고. 

B: 꿈에 뭐가 나왔느냐 보다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느냐가 더 중요한 거지. 

A: 설마 그 고양이가 땅을 파고 뭔가를 묻거나 그랬던 건 아니지? 혹시 나 가졌을 때 숨기고 싶은 비밀 있었어? 설마 아빠가 내 아빠가 아니라던가. 

B: 이게 미쳤나?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A: 소설이 안 써지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에이, 참. 설마 고양이가 울면서 쫓아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어째 요즘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불안한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리면 불길한 소문이 돈대. 

B: 소문은 무슨… 그런 소문이라도 나면 좋은 거 아냐? 아무도 너한테 관심도 안 갖는 게 문제라며. 

A: 그건 그러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사납고 앙칼지거나, 능청스럽거나 표독한 여자, 아니면 도둑을 상징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나 홀로 고독인가. 



B: 아니야, 내가 본 고양이는 예쁘고 우아한 고양이였어.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고양이는 아니라도, 세련된 귀부인 정도의 품위랄까? 에휴, 지금 널 보면 꼭 그랬던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A: 내가 어때서? 칫! 

B: 그래도 그 고양이 덕에 봐줄만한 얼굴 된 줄이나 알아.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딸일 줄 알았지. 고양이는 딸이고, 아들이라도 예술가나 방송인이 될 귀공자 타입이라고 들었어. 이왕 딸이라면 예쁜 딸이 되게 해 달라고 맘 속으로 빌기도 많이 했고… 뭐, 꼭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이 정도면 훌륭하지 뭐. 



A: 치, 엄마 눈에만 이쁘면 뭐 해. 근데 아빠는? 아빠는 태몽 안 꿨대? 

B: 그 인간 얘기는 왜!  

A: 그 인간 말고, 내 얘기! 내 태몽 얘기해 줘. 

B: 뱀이 나왔댔어. 

A: 뱀? 혹시 백사? 백사는 딸이라는데… 아니 이제 상관없구나. 어차피 백사가 아니라도 뱀 태몽은 95%가 딸이라던데… 꿈만으로 이미 딸인 줄 알고 실망했었겠네. 

B: 길고 굵은 구렁이나 구렁이처럼 큰 뱀은 건강하고 튼튼한 사내아이라고도 해. 네 태몽은 엄청 굵은 뱀이었어. 

A: 그럼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있다 실망한 케이스? 

B: 난 아니야. 너희 할머니한테 구박받을 거란 걱정은 좀 됐지만, 네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딸인 줄 알았어. 뱀이면 머리가 좋고, 의지가 강하대서 딸이라도 나처럼 살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 난 너 결혼 안 하고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남들 다하는 거 굳이 너까지 그 짓을 해야겠니?  

A: 엄마 혼자 살면서 맨날 외로움에 뼛속이 시리면서… 나 보고도 그렇게 살라고? 

B: 뱀 태몽은 지덕을 고루 갖춰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나온다는 꿈이야.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살면 되지. 꼭 남편 한 사람한테 받아야 되니? 

A: 현모양처가 된다는 풀이도 있던데… 혹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지레 포기한 건 아닐까? 

B: 너, 누구 맘에 두고 있는 남자 있니? 갑자기 부쩍 결혼 타령이네. 

A: 남자는 무슨... 있으면 이런 소리도 안 하지. 근데 그 뱀이 어떻게 했대? 물고 도망갔다거나 아니면 아빠가 그 뱀을 잡아먹었다거나 뭐 그런 액션이나 스토리 없어? 

B: 몰라. 가만히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것 같은데… 


A: 에구. 고양이건 뱀이건 너무 정적이다. 그래서 이렇게 고요한가 인생이? 뱀은 태몽 아니면 재물운이라던데… 나 갖기 전에 꿨으면 좋았을 걸… 그럼 집안도 펴고… 

B: 조급해하지 마. 뱀 태몽은 용꿈 다음으로 길몽이야. 뱀이나 구렁이가 나오면 장차 큰 인물이 된다고 했어. 

A: 뭐,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안 보이지만… 그 말 접수! 근데 뱀이 어디 있었대? 뱀을 길에서 보는 거랑, 집에서 보는 거랑, 산에서 보는 게 다 풀이가 다르다던데… 산에서 본다면 작가나 연예인이 되는 꿈 이래. 

B: 몰라, 어딘지… 근데 넌 지금 작가잖아. 그럼 산이였든 바다였든 상관없는 거 아냐? 뱀은 세력가나 사업가, 권력자를 표현하기도 해. 하지만 네가 글을 쓰기로 했으면, 아니 일단 쓰기 시작했으면, 네 태몽은 커다란 뱀을 산에서 만난 태몽인 거야. 장차 큰 인물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했으니, 훌륭한 작품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A: 와, 엄마 열변에 감동! 엄마가 출판사 사장이면 좋겠다. 하도 출판사에서 꾸물거리니까 속상해서 그랫어. 엄마 말이 맞아. 꿈은 그 꿈을 믿어주는 사람의 것이지. 태몽 보니 글을 쓸 팔자네. 소설 계속 열심히 써야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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