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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r 07. 2021

어딘가에 당신을 응원하는 이가 반드시 있다!

바로 그 한 사람을 위해 힘을 냅니다

"그냥 오늘만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짧은 글을 올린 어제 아침.

정말 눈을 뜨고 싶지도 않고,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몸이 많이 지치기도 했고, 전날 저자 사인회를 앞두고 몇몇 지인들에게 도움 요청을 했다가 싸늘하게 거절당하면서 받은 내상이 심했던 모양이에요.


우선 몸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약을 타 왔어요.

그리고 헐어서 음식을 잘 씹을 수 없는 입을 살살 달래며 밥을 먹었어요. 마음을 살리려면 몸이 먼저라는 평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종합비타민과 아미노산 등 영양제 링거 맞았어요

그리고 사인회가 있는 서점으로 향했어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살짝 겁먹은 채로 서점에 들어갔는데, 일찍 와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셨어요. 그때의 얼떨떨함이란. 사실 사인회가 있던 서점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서점이 아니라 아주 작은 책방이에요. 베이징이라는 이 큰 도시에 한국어로 된 책을 파는 곳은 북스린이 유일하죠. 영리 목적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 교민들이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중국 내에 그나마 있던 이런 한국 서점들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워요.


사인회 중 인상에 남았던 3 가지 

1) 영상통화로 비대면 사인회! 일 때문에 그 시간에 오지 못해 아쉽다며 영상 통화를 요청하셨어요. 간단히 통화하고 사인하는 걸 영상으로 보셨답니다.  

2) 어린 독자들 방문! 귀여운 어린 독자들이 작가 사인회가 궁금하다고 방문해 줬어요.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탄하지만, 책 좋아하는 어린 독자들이 있는 걸 보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3) 손수 만든 쿠키를 선물로 가져오셨어요. 독자들보다 저자가 얻은 게 많은 사인회였어요.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독자들이 줄을 길게 서는 그런 사인회는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저를 만나기 위해 주말 오후 귀한 시간을 내어 발걸음을 해주었다는 사실이 저를 일으켜주었어요.


저녁이 되어 인스타 두 번째 라방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했는데 30분짜리 라방도 잘 마쳤습니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두 번째 라방 녹화 영상:)

https://www.instagram.com/tv/CME9pbklqbJ/?igshid=1bqfad24160z6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인스타/mistydio) 두 번째 라방

미국, 중국, 한국 등 여러 곳에서 라방에 참가해 준 분들! 숫자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분들이 있어 기운을 냅니다.

그리고 "그냥 오늘만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 속마음을 읽고 따뜻한 댓글을 달아준 분들.

그리고 밤사이 블로그에 <여백을 채우는 사랑>을 읽고 난 소감을 올린 독자.


늦은 밤 <여백을 채우는 사랑>을 읽고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준 독자


집에서 키우는 스파트필름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제가 아주 사랑하는 녀석이에요.

물 먹을 때가 되면 정말 다 죽은 식물처럼 모든 이파리가 다 축 늘어져버리는데, 샤워기를 틀어 비처럼 물을 주면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모든 이파리가 반짝반짝 빛나며 벌떡 일어나요. 내 사랑을 받고 바로 정확히 반응해 주는 아름다운 생물이죠.


스파트필름


저도 스파트필름처럼 하루 사이 저를 응원해 주는 독자들의 사랑을 먹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시선을 둬야 할 곳은 내게 냉랭한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를 아끼고 응원해 주는 소수의 (때로는 단 하나의)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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