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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10. 2021

남편의 체취를 맡고 싶다

결혼 15주년 배달된 꽃바구니 앞에서 울다

결혼 15주년. 1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혼 2,3년 차쯤 되었을 땐가. 결혼기념일에 괜히 서로에게 선물하느라 낭비하지 말고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데 쓰자고 남편과 합의한 적도 있다.


코로나 이산가족으로 몇 달째 떨어져 있는 남편. 어제 갑자기 빨간 장미 좋아하냐고 물어서, 사실 짐작을 했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꽃배달을 하려나 보구나. 15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직도 아내가 좋아하는 장미 색깔도 모르냐고 구박도 하면서. 


아침에 어마어마하게 큰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나는 꽃바구니 말고 그냥 꽃다발이 좋은데… 장미랑 안개꽃 같이 섞는 거 싫어하는데… 계속 투덜거렸다. 아마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 구석이 이런저런 핑계로 불평을 늘어놓고 있던 모양이다.


꽃바구니에 꽂혀 있는 작은 카드가 보였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직접   없어 메시지를 써달라고 부탁했을 카드. 프린트된 문장  줄에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이 좋은 날 같이 못 있어 미안해요.”


꽃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을 생각이었는데. 다 글렀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치 남편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기라도 한 듯이. 꽃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남편이 보고 싶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의 체취를 맡고 싶다. 아무리 매일 영상 통화를 하며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그건 분명 체취 때문일 것이다. 남편 품에서 남편의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 그 때문에 화려한 꽃바구니를 선물 받고도 나는 울고 있다. 


장미 향기보다 남편의 체취가 좋다니. 그게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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