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주년 배달된 꽃바구니 앞에서 울다
결혼 15주년. 1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더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혼 2,3년 차쯤 되었을 땐가. 결혼기념일에 괜히 서로에게 선물하느라 낭비하지 말고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데 쓰자고 남편과 합의한 적도 있다.
코로나 이산가족으로 몇 달째 떨어져 있는 남편. 어제 갑자기 빨간 장미 좋아하냐고 물어서, 사실 짐작을 했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꽃배달을 하려나 보구나. 15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직도 아내가 좋아하는 장미 색깔도 모르냐고 구박도 하면서.
아침에 어마어마하게 큰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나는 꽃바구니 말고 그냥 꽃다발이 좋은데… 장미랑 안개꽃 같이 섞는 거 싫어하는데… 계속 투덜거렸다. 아마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 구석이 이런저런 핑계로 불평을 늘어놓고 있던 모양이다.
꽃바구니에 꽂혀 있는 작은 카드가 보였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직접 쓸 수 없어 메시지를 써달라고 부탁했을 카드. 프린트된 문장 한 줄에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이 좋은 날 같이 못 있어 미안해요.”
꽃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을 생각이었는데. 다 글렀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치 남편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기라도 한 듯이. 꽃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남편이 보고 싶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의 체취를 맡고 싶다. 아무리 매일 영상 통화를 하며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그건 분명 체취 때문일 것이다. 남편 품에서 남편의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 그 때문에 화려한 꽃바구니를 선물 받고도 나는 울고 있다.
장미 향기보다 남편의 체취가 좋다니. 그게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