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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25. 2020

봄 햇살 두 컵에, 봄바람 세 스푼, 봄비 한 대접

봄 흙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진 내가 꼭 봄 흙 같다. 퍼석퍼석 겨우내 메말라 들뜨고 일어나는 봄 흙.


봄을 끌어올리느라 여전히 목마른 나무가 흙을 더욱 세게 움켜쥔다. 거칠고 날카로워진 손가락들을 헐거워진 내 살 속으로 더 깊이 찔러 넣으며 있는 힘껏 빨아댄다. 붙들고 있는 한 줌 빛도, 바람도 없어 아무것도 내어줄 게 없는데. 그걸 모르는 나무는 점점 더 세게 움켜쥐려 한다.


살살 갈아엎어 볼까. 봄볕도 좀 뿌려주고 봄바람도 쏘이면서. 헐거워진 자리를 꾸욱 꾸욱 눌러 밟아도 주고. 봄 햇살 두 컵에, 봄바람 세 스푼, 천천히 내리는 봄비 한 대접. 보슬보슬 떨어지는 봄 빗방울 작은 기포에 몸을 실어 공기 중으로 떠오르고 싶다. 부풀어 오르다 ‘톡’하고 터질 때 ‘훅’하고 짙은 흙내음도 풍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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