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에 밝은 것일까, 사기꾼인 걸까

by 윤소희

며칠 째 바다에서 파도놀이만 하던 아이들에게 좀 다른 기회를 주고 싶어, 급하게 근처에 있는 워터파크를 검색했다. 검색 창에 처음 나온 곳을 목적지에 넣고 ‘띠디'(滴滴出行: Uber 비슷한 앱)를 불러 탔다.


“정말 ‘싼야몽환수상낙원(三亚梦幻水上乐园)’ 가는 거 맞아요? 목적지를 잘못 넣은 것 같은데…”

“네? 맞는데요.”

“요즘은 아무도 거기 안 가거든요. 다 아틀란티스 가지.”

“아틀란티스요?”

“아틀란티스 찾아봐요. 요즘은 다 거기 가요.”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대충 목적지를 고른 스스로를 탓하며 기사 아저씨의 권유대로 아틀란티스(阿特兰蒂斯水世界)로 목적지를 바꿨다.


“아, 근데 거긴 예약 안 해도 들어갈 수 있나요?”

“현장에서 표 살 수 있어요. 외국인 여권으로 사려면 귀찮을 테니, 내가 표를 대신 사 줄게요.”

기사 아저씨는 정말 아틀란티스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아틀란티스 입구까지 우리를 안내해 준 후 입장권까지 대신 사다 주었다.

“돌아갈 때도 전화해요. ‘띠디’ 비용보다 싸게 데려다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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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야 아틀란티스_ 진짜 재밌는 어트랙션들은 사진 찍기가 어렵다


다양한 어트랙션이 있는 아틀란티스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출발했던 내게 좋은 정보를 주고, 입장권도 대신 사주고, 띠디보다 저렴한 가격에 돌아가는 길도 책임져 주겠다는 기사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왠지 찜찜했다. 정말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는 친절한 사람일까.


“350위엔씩 3장이면 얼마죠? 얼른 계산해 봐요.”

입장권 석 장을 건네며, 내게 했던 질문이 영 마음에 걸렸다. 방금 매표소에서 계산을 해서 돈을 냈으면 정확한 금액을 알고 있어야 당연한데, 왜 나한테 물었을까. 그제야 하이난 시민(海南市民)의 입장료는 반값이었던 게 기억났다. 그는 반값에 싼 입장권 석 장을 내게 되팔며 차액을 벌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더 먼 거리에 있는 아틀란티스로 목적지를 바꾸게 한 것도, ‘띠디’를 통하지 않고 저렴하게 데려다주겠다는 것도 그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내게도 도움을 주는 일이니 누군가는 이걸 ‘윈윈(win-win)’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에서 살다 보면 흔하게 보는 풍경이다.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고, 서로 이익이 되면 작은 부정은 눈감아주는…


중국 생활 16년 차인 나는 찜찜하다고 하면서도, 결국 ‘띠디’보다 조금 저렴하게 그 기사 아저씨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가 제시한 금액보다 10원을 더 깎아 달라고 하자, 그는 “오~ 흥정할 줄 아네요.”하며 나를 추어올려주었다.


그는 그저 세상 물정에 밝은 것일까 (street-smart), 사기꾼인 걸까…

나는 점점 세상 물정에 밝아지는 걸까, 간사해지고 있는 걸까...


기사.jpeg '띠디'에서 제시한 기사 아저씨의 안전 증명 내역

기사 아저씨는 퇴역군인이고 운전 경력 28년에 각종 안전 검사 합격을 받은 사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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