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하이난'을 제대로 즐기려면
중국에서 벌써 15년 넘게 살다 보니 하이난(海南)을 여러 번 와 봤다. 하지만 대부분 겨울이었고, 여름에 와 본 건 처음이다. 최고 기온이 32도, 33도 정도라 우습게 봤는데, 낮에는 모든 걸 태워버릴 듯 내려쬐는 태양과 높은 습도로 체감 기온이 40도가 넘는다.
도착한 첫날 숙소 주인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해변에 나가 수영을 하든, 뭘 하든 저녁 6시쯤 나가면 된다는 말. 하이난에서 며칠 지내보니 그 말 뜻을 알겠다.
반대로 땡볕과 무더위를 견딜 수 있다면, 어디를 가든 내 것처럼 독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는 놀이공원에 개장 시간, 오전 11시에 맞춰 갔다. 그 넓은 놀이공원이 완전 우리 차지였다. 심지어 줄이 길기로 악명 높은 롤러코스터도 기다림 없이 연속 여러 번 타는 것도 가능했다.
해변도 다르지 않다. 저녁 6시가 넘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낮에는 너른 바다를 여유 있게 독차지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의 같은 바다 풍경을 보면, 도무지 같은 곳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바닷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불고문’이 될 수 있다.
땡볕 아래서는 심지어 모기도 물지 않는다. 보통 여름에 여행을 하면 산이든 바다든 모기에 많이 물리게 마련이다. 하이난에도 당연히 모기가 있다. 하지만 몇 번 물린 건 전부 저녁 무렵 조금 선선해졌을 때나, 땡볕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 들어왔을 때였다. 땡볕 아래서 모기에 물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광욕을 충분히 해 비타민 D를 많이 받아서인지, 하이난에 온 이후로 우울감도 사라졌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눅13:24 a)
마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은 것처럼, 하이난에서의 ‘좁은 문’ 땡볕과 무더위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넓은 문’ 시원하고 안락한 곳만 찾는다면 하이난의 진짜 아름다움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선크림과 모자를 단단히 준비하고 좁은 문을 향하여! 땡볕과 친구가 되면 아름다운 바다도, 하늘도, 공원도… 모두 내 차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