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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07. 2021

밴드에서 중요한 건 음악 실력이 아니다

당신의 '밴드'가 있나요?

밴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실력이 아니다. ‘관계'다. ‘밴드’는 모여서 음악을 하지만, 음악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두 명이 그만둬도 밴드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누군가 그만 두면 갑자기 모두 맥이 빠지고, '나도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압력에 시달린다.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리면서 공연 자체가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미 공연 한 번 해봤잖아’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며) 날벼樂 멤버 세 명이 우르르 탈퇴할 때,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다.  


'그냥 해체하고 이제 그만 하자.' 


정말 이름 탓일까. 날벼樂은 결성 직후부터 끊임없이 크고 작은 ‘날벼락’을 경험했다. 함께 하겠다고 손 들었던 멤버가 첫날부터 마음이 안 맞는다고 쌍욕을 하고 탈퇴하기도 했고, 여성 보컬이 건강 악화로 탈퇴했다 돌아오기도 했고, 심지어 공연이 끝난 다음날 갑자기 코로나 19로 많은 곳들이 락다운(lockdown) 되었다. (코로나마저 ‘날벼樂’  때문에 생긴 줄 알고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코로나로 1년 반쯤 휴지기를 가진 후 다시 모였을 때, 모두 다시 하고 싶다고 의기충천했다. 물론 7명 완전체가 될 수는 없었다. 리더가 베이징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명이라도 두 번째 공연은 문제없어 보였다. 


다음날, ‘날벼락’이 쳤다. 드러머 한 명이 고3 아들 뒷바라지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많이 아쉬웠지만, 5명이 계속하기로 했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시즌 1, 2 등 이어 나가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2주가 더 흘렀다. 곡을 모두 선곡하고 파트도 나눠 첫 합주를 하기로 한 날, 또다시 ‘날벼락’. 여성 보컬과 기타리스트가 동시에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결국 ‘날벼樂’은 해체되었다.  

끝났다. 이제 도저히 할 수 없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할래.  

그리하여 탄생한 밴드가 BMW (Bean Me Water), 일명 ‘콩나물’이다.  


BMW (Bean Me Water)


몹시 작고 초라할 지라도 내게는 ‘밴드’가 있다. 밴드가 있다는 건 단순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훨씬 넘어선다. 밴드는 나와 함께 꿈을 꾸고, 도전하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용납하고 품어주고… 그리고 함께 자란다. ‘고음불가’라 평생 노래방을 피해 다녔던 내가 보컬에 도전한다. ‘기계치’인 내가 전자드럼 패드인 SPD SX로 다양한 디지털 연주를 시도한다. 베이스에서 일렉 기타로, 보컬에서 드러머로… 끊임없이 새로운 악기에 도전한다. 버스킹이나 Tiny desk concert, 뮤비, 국악과의 콜라보 등 다양한 꿈을 꾸고 있다. 


보컬 도전 / Roland SPD SX


우리는 여전히 작은 콩이지만, 조금씩 자란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콩나물처럼... 


BMW (Bean Me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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