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밴드 YESS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기 위해 결성된 전문적인 밴드와 달리 패밀리 밴드는 멤버 간 음악적 취향이 제각각이다. 부모와 자녀라는 세대 차이를 생각하면 취향의 차이는 아찔하다.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씩 골라 고루 연주하는 걸로 합의를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남편이 7080 노래를 골라 오면, 아이들이 싫은 티를 낸다. 심지어 트롯을 고르면 나 역시 질색을 한다. 아이들이 Bon Jovi나 Nirvana 같은 8,90 년대 밴드 곡을 골라주면 그나마 다행인데, 5 SOS나 Fall Out Boy 같은 2천 년 대 밴드 곡을 고르면 남편과 나는 낯선 음악을 새로 배워야 한다.
다행히 막내 아이와 나는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을 좋아해 취향은 겹치지만, 이번에는 연주 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보컬인 남편의 보이스는 메탈이나 록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가 불러주면 좋겠지만, (내게서 전해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음치’ 유전자가 연주를 방해한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태도와 관용으로 패밀리 밴드를 2년 가까이 지속할 수 있었다. 키보드가 필요한 노래를 누군가 고르자, 큰 아이가 유튜브를 통해 배워 연주했다. 손 모양이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누구도 놀리지 않았다. 베이스를 맡은 막내 아이가 일렉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 하자, 남편이 만져본 적도 없는 베이스를 들고 아이들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여성 보컬이 필요한 노래를 위해서는 밴드 내 유일한 여성인 내가 ‘음치 탈출’의 기적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밴드는 단순히 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 꽂고 혼자 감상하거나 악기 하나로 혼자 연주하면 훨씬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밴드를 한다는 건 음악을 넘어선 무엇이다. 서로 다른 취향을 조율하고,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그 모든 과정이 음악을 뛰어넘는 예술이다.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예술.
낯선 음악이나 심지어 싫어하는 장르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다 보면, 그걸 고른 멤버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고른 음악을 호불호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함께 연주하는 밴드를 보면,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이 든다. 연주가 서툴러도 비난은커녕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밴드가 있기에,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어깨를 펴고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연주하고, 그걸 완성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해줄 밴드가 있는가.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음악마저 함께 연주하고 완성하기 위해 애를 써줄 밴드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패밀리 밴드 YESS의 8.22. 합주곡 (합주 순서는 제비뽑기로)
-Linkin Park의 'In the End'
-5 SOS의 'Jack Black Heart'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