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Sep 17. 2021

'사랑'으로 적당히 덮지 말고, 정확하게!!

<시인, 목소리> 중 유진목 시인 인터뷰

<산책과 연애> <거짓의 조금>을 읽으며 유진목 시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 솔직함, 눈앞에 펼쳐지는 정확한 장면, 소설보다 탄탄한 서사. 유진목 시인을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올린 SNS를 보고 지인이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이 책은 ‘편집자 되기’ 수업에 참여한 예비 편집자들이 6명의 시인을 인터뷰해서 출간한 책이다. Writers in BJ 글벗들이 글쓰기 수업 후 책 한 권을 묶는 것처럼… 


<시인, 목소리>


같은 질문이라도 6명의 시인이 그 질문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답을 내놓는지를 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유진목 시인의 답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죽을 각오로 사랑하자는 건 절대 아니고요. 내가 사랑하더라도 감상에 빠지거나 약해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나쁜 생각을 하는데 사랑한다고 다르지 않거든요. 그걸 사랑으로 이해하거나 덮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사랑하기 때문에 더 엄격해지는 것. 정확하게 말하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잘못을 인정하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합니다.” 

-유진목 


사랑과 희생의 말은 넘쳐남에도 사랑은 여전히 부족하고 불행은 넘치는 시대. 사랑하기 때문에 더 엄격하고 정확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럼에도 그게 또 어찌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내는 남편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로 왔고, 

아이는 부모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서 살았고, 

남편은 아이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 남았다면 

도대체 이 가족은 왜 여기 있는 걸까. 

사랑하기 때문에 모두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정말 사랑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더 엄격해지는 것. 
정확하게 말하는 것.” 


사랑 때문에 희생하는 척하지만, 실은 그걸 핑계로 내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정확하게 인정하자. 

사랑하는 이의 허물을 덮는다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 욕심까지 함께 덮고 있지는 않은지, 정확하게 돌아보자.  

말도 안 돼, 하고 당장 반발하고 싶은 너무도 따끔한 소리! 

매거진의 이전글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거야? 척만 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