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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28. 2020

생각의 좌표 말고 '몸'과 '습관'의 좌표는 어디?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10여 년 전, 무더운 여름날 중국 어느 도시 

어느 누구에게도 몸을 대지 않고 자기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원인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뿜어대는 열기와 함께 땀 냄새, 감은 지 오래된 머리 냄새, 발 냄새 등 온갖 종류의 고린내가 솔솔 올라왔다.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손수건을 꺼내 코와 입을 덮고 있던 여자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 여행의 끝에서 프러포즈를 하려던 남자는 찡그린 채 코를 가리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본 후, 여행이 끝나도록 끝내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이 에피소드는 ‘여자’(나)가 ‘남자’(내 남편)와 결혼하지 '못할 뻔’ 했던 심각한 사건이었다. 


생각의 좌표는 ‘우’ 보다는 ‘좌’에, ‘보수’보다는 ‘진보’에 위치하지만,  

내 ‘감각’과 내 ‘몸’은, 그리고 내 몸과 영혼에 배어 있는 ‘습관’은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통해, 내가 아름답게 쓰고 있던 가면을 다시 한 번 솜씨좋게 벗겨 낸다.  


갈수록 느끼는 거지만 내가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드러내는 ‘행위’가 나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해주니까.


부르주아로 자란 유럽인은 자칭 공산주의자일지라도 몹시 애쓰지 않는 한 노동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 수 없는 진짜 이유. …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살인자나 남색자에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 냄새가 지독한 (상습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호감을 가질 수가 없다. … 이른 아침의 목욕이 출신이나 재산이나 교육보다 더 효과적으로 계급을 가르는 것이다.

(조지 오웰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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