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Mar 09. 2022

냄새를 못 참아 하마터면 헤어질 뻔?

‘생각’보다 앞서는 ‘몸’의 감각_<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부르주아로 자란 유럽인은 자칭 공산주의자일지라도 몹시 애쓰지 않는 한 노동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 수 없는 진짜 이유. (…)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살인자나 남색자에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 냄새가 지독한 (상습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호감을 가질 수가 없다. (…) 이른 아침의 목욕이 출신이나 재산이나 교육보다 더 효과적으로 계급을 가르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10  , 무더운 여름날 중국 어느 도시. 누구에게도 몸을 대지 않고 자기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하철 은 만원이었다. 사람들이 뿜어대는 열기  냄새, 감은  오래된 머리 냄새,  냄새  온갖 종류의 고린내가 솔솔 올라 도저히 숨을   . 손수건을 슬쩍 꺼내 코와 입을 어 가리 여자 얼굴은 저도 모르게 일그러 

 

 여행  프러포즈를 계획했 '남자' 찡그린  코를 가린 여자 얼굴을  , 여행이 끝나도록 끝내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 중국에서 꿈을 펼치고 싶던 ‘남자는 중국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 살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가볍게 들리는 이 일화로 ‘남자 여자 하마터면 결혼하지 못할 뻔했다. (*’ 여자’는 나이고, ‘  남편이다.) 

 

생각의 좌표는  보다는 , ‘보수보다는 진보 위치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 의 감각은, 그리고  몸과 영혼에 배어 있는 습관은 전혀 다른 곳에 좌표를 찍었다.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 통해, 내가 아름답게 쓰고 있던 가면을 솜씨 좋게 벗겨 냈다 

 

갈수록 느끼는 거지만 내가 하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드러내는 작은 몸짓 행동 나에 대해  많은 말을 해주니까. 

 

무더운 여름이 오면 만원 지하철 안에서 향수를 살짝 뿌린 얇은 손수건을 코에 대고 서 있는 젊은 여자와 그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를 출간했음에도 중국의 '3주+' 시설 격리 기준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베이징에서 귀한 지인들 모시고 간단한 출간 축하 모임을 가졌어요.


그 자리에서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에 실린 에세이 한 편을 낭독했는데요. 


악취를 견디지 못해 하마터면 소중한 인연이 깨질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남편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하마터면 헤어질뻔 했던 남편 ^^ /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출간 기념 모임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출간 기념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예약 구매는 설렘이고 사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