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애> - 조해진
웨일스의 프레스타틴에서 두어 시간 늦게 나타난 데다 카라반 청소도 되어 있지 않아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호스트인 이본을 만나보니 사람이 너무 좋아 모든 게 용서되었다. 러시아 타간로크에서는 침대 스프링이 꺼져 잠만 자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지만, 빅또리야가 깨끗이 씻어 둔 붉은 라즈베리를 집어먹으며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깔끔한 스완지 농가의 여주인 레이철, 오래된 타이프라이터가 있던 프라하 고택의 미샤…
언젠가 한 번쯤 낯선 이의 집에 머무는 게스트로서, 또 낯선 이를 자기 집에 들이는 호스트로서의 삶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완벽한 생애>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 주고 빌리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등장한다. 직접 만나는 일은 없지만, 낯선 이에게 건네는 작은 메모 한 장이 그들의 삶을 연결시켜 준다.
삶에서 우리 모두는 여행자지만, 비록 실 같은 끈이라도 이렇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때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삶이 완벽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마치 늘 뭔가 문제가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처럼…
“내 좋은 친구는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고.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라고요. 친구의 그 말을 상기할수록, 그가 나와 헤어진 뒤에야 다른 사람과의 정착을 결심한 걸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그의 생애에서는 필연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요. 그것이 우 각자의 여행이겠죠. 물론 필연적인 과정들을 통해 생애가 완벽해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완벽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조해진 <완벽한 생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