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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Dec 28. 2021

소셜미디어(SNS)는 정말 사람을 죽게 하는 지옥일까?

칼은 누가 쥐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소셜미디어(SNS)는 정말 사람을 시들고 죽게 하는 지옥일까?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말이 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 등 소셜미디어로 인해 잘난 남들과 못난 나를 비교하며 생기는 우울증이다.  


나 역시 얼마 전 소셜미디어 때문에 지옥을 경험했다. 위챗 모멘트에 글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고, 그 후로 글 다운 글을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당당하게 악플을 단 것도 아니고 뒤에 숨어 험담한 것뿐이었는데, 못난 내 마음은 그대로 바스러졌다. 밤마다 잠들 수 없었고, 자다가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파 깨곤 했다. 목과 어깨가 돌처럼 굳고 두통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두려워 피하게 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꼬박 2주를 지옥 속에 보낸 후, 어떤 질문 하나가 스쳐갔다.  

지옥 속에서는 정말 꽃을 피울 수 없는 걸까? 


마침 인스타에 폴 트루니에의 책을 소개하다 그가 처방한 '우울증 약'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매일 시편 23편을 하루 세 번, 두 알씩 꼭꼭 씹어 먹었다. 영국에 살던 ‘인친'이 베이징으로 날아와 삼겹살을 함께 먹는 일도 있었다. 마침 베이징으로 이사하게 된 인친이 '남편과 떨어져 있어 삼겹살 같이 먹을 이가 없다'라고 쓴 내 글을 읽었던 것이다. 그즈음 인스타에서 '남에게 하나라도 더 나눌 것이 없을까' 고민하는 이들을 만났다. 순간 머릿속에 ‘반짝’하며 빛이 들어왔다. 뭔가를 팔거나 내게서 뭐든 뜯어가려는 사람들이 그득한 곳이라고 여겼던 소셜미디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나눠 보기로 했다. 모멘트를 통해 책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나는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서 책을 빌려주는 것도 꺼렸던 사람이다. 다른 데는 소유욕이 거의 없지만 책 욕심만은 대단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조우, 쑤조우 등으로 책을 보냈다


나눔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던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책 나눔을 시작했던 내가 이제는 어떤 책을 나눌까 고르는 재미로 매일을 보낸다. 지난 한 달 동안 70 권을 나눴고, 책을 받아 읽은 이들 중에는 독서에 새롭게 취미를 붙이게 된 이들도 꽤 있다. 모멘트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유학생들에게 용돈을 나눠 주는 ‘산타 이모’ 역할도 했고, 인스타를 통해 10대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크고 작은 폭력으로 상처투성이인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몇 명이 뭉쳐 무료 강의와 지속적인 도움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저런 나눔을 실천하는 사이, 온 마음과 몸에 퍼져 있던 독기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몸은 훨씬 더 바빠졌지만, 늘 행복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나눔을 시작하자마자 크고 작은 선물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큰 선물은 몇 달씩 이산가족으로 떨어져 지내야 했던 남편이 발령을 받아 베이징으로 오게 된 것이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마음의 소원까지 이루었다. 


칼은 누가 쥐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칼로 누군가를 찔러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지만, 아픈 곳을 도려내어 환자를 낫게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소셜미디어 자체를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칼을 원망하는 어리석은 이가 아니라, 그 칼을 좋은 일에 잘 사용하는 지혜로운 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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