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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12. 2020

두근두근 첫 합주

이제 겨우 12마디를 떠듬떠듬 연주할 뿐이지만

악기를 둘러메고 전문 연습실에 들어가는 기분이 참 묘하다. 커다란 합주실에 번쩍번쩍한 드럼 세트가 잘 세팅되어 있고, 음향 조정을 거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다른 방에서는 또 다른 그룹이 다른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보인다.
 

설렌다.  


20대 때 처음 드럼스틱을 잡았다. 드럼스틱을 만져 보기 무섭게 밴드부터 만들었다. 내가 전문 드러머가 될 것도 아닌데, 이왕 배우는 거 재미있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다니던 방송국 선배 PD 한 명과 동갑내기 MD 한 명을 꼬드겨 밴드를 만들었다. 당시 나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였고, 클래식 외의 대중음악이나 록 등에 문외한이었다. 그런 내가 시작한 밴드 이름은 Y-NOT. 멤버 중 음악을 제일 모르는 내가 리더를 맡았다. 


Y-NOT은 6개월 뒤 카페 하나를 통째로 빌려 공연을 한 뒤 해체되었다. 솔직히 공연 후 드럼 스틱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드럼을 배운 목적이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었으니까. 



20대 때 화려한 공연만을 바라보며 드럼을 배웠던 나는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루디먼트’를 재미없다고 생략하고 바로 악보를 보고 곡을 연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기초 없이 지은 건물은 쉽게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새롭게 시작한 왕초보 밴드, 날벼樂 이 도대체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밴드를 하며 마냥 기뻐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루디먼트부터 차곡차곡 다져갈 것이다. 관객의 환호성과 박수보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뒤늦게 배운 셈이다. 


날벼樂. 

2019년 여름부터 말만 무성하다 9월 초에야 처음으로 모이게 되었고, 여러 번 날벼락을 맞았지만 9월 말 우리는 드디어 첫 합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겨우 12마디를 떠듬떠듬, 절뚝절뚝 맞췄을 뿐이지만, 날벼樂의 음악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이 한 곡을 완성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시작했으니 이제 되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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