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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11. 2020

자, 우리 이제 시작할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엄마, 티브이 뉴스 하다가 웃음이 갑자기 막 나면 어떡해?” 

“웃으면 큰일 나지. 보스한테 엄청 혼나고 뉴스에서 킥아웃 돼.” 


그때는 정말 그랬다. 내가 방송국에 일하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 아나운서가 빨간 옷을 입고 뉴스 한다고, 긴 머리를 하고 뉴스 한다고 지적을 받았다. 긴 머리 위에 단발 가발을 쓰고 뉴스를 하고 나오면서 휙 벗어던지던 장면이나, 사직서를 쓰고 마지막 9시 뉴스를 할 때 새빨간 옷을 입고 했던 장면들이 휘리릭 스쳐간다. 


“엄마도 뉴스 하면서 웃음 참다가 죽을 뻔 한 적 있어." 


지방 순환근무로 부산에 내려가 9시 뉴스를 할 때였다. 연말 성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과 성금액수를 읽고 있었다. “자갈치 삼돌이 님이 7만 원”을 보낸 게 화근이었다. 갑자기 터지려는 웃음보를 참느라고 나는 점점 사색이 되어 갔다. 그날따라 명단이 길었다. 클로징 멘트와 함께 인사를 한 후 화면에서 내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요즘에 뉴스 하다 웃으면 막 뜰 텐데…” 


남편 말대로 요즘 뉴스 앵커가 그렇게 재미있는 실수를 하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뜨면서 오히려 앵커의 인기가 오를지도 모른다.  

열정 하나만으로 모인 밴드가 첫 합주를 하려고 모였다 합주는 못하고 밥만 먹고 헤어졌다. 대부분이 이제 막 악기를 잡기 시작한 아마추어 밴드, 심지어 맡은 악기를 오늘 처음 만져보는 멤버도 있는 초보 중의 초보다. 합주는커녕 “죄송하지만, 오늘 합주는 불가능입니다. 개인 연습들이나 하시죠.”하는 쓴소리를 들었다. 안 그래도 이제 막 시작해 자신 없고 주눅 들어 있던 멤버들은 잔뜩 풀이 죽은 채 어두운 거리로 나왔다.  

“우리 밥은 먹고 가죠.” 

근처 밥집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순두부, 떡만둣국을 시켜 놓고, 우리는 악기 대신 입으로 합주를 했다.  

“쫄지마! 우리 할 수 있어!” 

“우리가 음반을 낼 것도 아니고, 우리 맘대로 재밌게 하면 그만이지. 누가 뭐라든 무슨 상관이야?” 

서늘했던 마음의 온도가 뜨끈한 국물과 오가는 따스한 격려로 조금 올라갔다. 



걸음마는커녕 두 발로 서지도 못하는 주제에 달리겠다고? 몇 마디도 더듬거리면서 무슨 콘서트?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정말 안 돼? 

이래야 된다, 저래야 한다! 블라블라… 근데 정말? 


‘쿵따쿵쿵쿵따' 대신에 '쿵따쿵 절~뚝 따’면 어떤가? 음악을 위해 모인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사랑이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나 듣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해봐야 아는 거지. 


“내 생애 최고의 Rock일지 미친 Rock의 시작일지  

해봐야 아는 게 Rock이지 우리 이제 시작할까?” 

(윤종신 ‘본능적으로’ 가사 변형) 


오~오~워우~~워어~~ 자, 우리 이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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