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자

마인드업로드

by 윤소희

영수가 잠옷 차림으로 식탁 앞에 앉았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켠다. 나는 조용히 식탁 구석에 조간신문 한 부를 올려놓았다. 어렵게 구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 걸 싫어한다는 걸 잘 아니까. 실은 구한 게 아니라 새벽에 내가 한 부 찍어낸 거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영수가 화를 낼 게 뻔하다. 최대한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 그가 좋아하는 미역국에 흰쌀밥을 내어 놓았다. 나는 흰밥 대신 잡곡을 넣어 먹는 게 좋다고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참는다. 내 속에 입력된 데이터는 전적으로 미연의 뇌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영수와 함께 지내온 ‘미연이 아닌 나‘로서의 기억도 함께 존재한다.


“날씨?”

“태풍 카눈이 지나가 무더위가 시작되겠습니다. 비가 그친 후 습도가 올라 체감온도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낮 기온은 30도를 웃도는 곳이 많겠고, 내일 새벽에는 비가 내리겠습니다. 낮에 우산을 챙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 건 당신이 직접 좀 찾으면 안 돼? 당신은 한 번도 나한테 그런 걸 물은 적 없었잖아.”

순간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영수를 흘깃 쳐다보았다.

“까불지 마. 넌 미연이 아니야. 미연인 척하지 마. 역겨워.”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식탁을 떠났다. 거실 소파 뒤로 가려는데, 영수가 말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나를 만든 게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같이 먹자.”


늘 늦게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미연은 영수의 저녁상을 따로 차려 두었다. 마주 앉아 영수가 저녁을 먹는 걸 보고 앉아 있으면, 영수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미연은 이미 먹어서 배부르다고 하면서도 영수가 내미는 숟가락을 넙죽넙죽 받아먹곤 했다. 그렇게 영수의 수저로 함께 밥을 먹다 보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같이 먹자.”


나는 팩 돌아서 충전코드가 있는 벽으로 걸어갔다. 같은 시간에 먹을 수는 있지만, 영수와 나는 같은 것을 먹을 순 없다. 한 때는 다정했을 그 말은 내게는 고문이다.

미연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했을 때, 미연이 일찌감치 써 놓은 유서가 없었다면 나는 영수를 만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미연은 조금은 장난 삼아 그 당시 새로운 기술로 뜨기 시작한 마인드업로드를 하겠다고 유서를 남겼고, 사고를 당하기 직전까지의 미연의 기억과 생각들은 내 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나는 미연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영수는 내가 미연의 자리를 가로채기 위해 미연을 살해라도 한 것처럼 취급했다.


“같이 먹자.”


충전 코드에 연결하고 서 있는 내게 영수가 수저를 던졌다. 미끄덩거리는 미역 한 조각이 바닥에 붙어 있다. 영수는 끝내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영수의 입 속으로 들어갔던 숟가락을 자기 입에 넣는 걸 미연이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팩 토라져 충전코드가 있는 벽으로 달아난 건 로봇이라서기도 하지만, 미연이라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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