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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흔 Feb 24. 2024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떨리는 첫 학부모 총회..!


"으윽.. 저 너무 떨려요.. 말 실수 하면 어떡하죠.."


"선생님 반은 몇 분 오신대요?"


"이 자료 챙기셨어요? 오, 그것도 안내해 드려야겠네요."



학기 초 정신없는 업무가 지나고 나서도 서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바쁘게 돌아다니는 선생님들을 보았는가?



모든 첫 수업도 지나가고 아이들과의 인사도 마무리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런 선생님들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학부모총회를 준비하는 담임선생님 되시겠다.




첫 담임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 하는 부분은 단연 학급 경영이다. 하지만 그 학급 경영은 사실 부딪히면서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있다. 그렇게 데굴데굴 구르며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히고 나면 연이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학부모총회.



총회라니, 무서운가? 사실 그렇게 무서운 자리는 아니다. 교사, 학생과 함께 학교의 3 체인 학부모님들을 학교에 모시고, 담임 선생님으로서 인사를 드리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걱정을 나누고 함께 으쌰으쌰 하는 시간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선생님들의 말씀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심지어 학부모님을 뵌 적조차 없는 초보 담임교사는 그저 학부모총회라는 단어 자체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학교 규정집을 읽고, 바뀌었다는 부분을 체크해 두고, 시간을 계산했다. 또 피피티를 만들어 연습하고, 오시는 학부모님들의 아이들 자리와 학교에서의 교우관계를 살폈다.



기우인 줄 알면서도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들어하시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은 학부모총회 당일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열심히 하려는 모습과 진심만 전달드리면 될 거야. 라고 되뇌며 들어간 교실에는 이미, 몇몇 분의 어머님들께서 도착해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리고 성함을 확인하며 자녀들의 자리에 직접 앉아보실 수 있게 안내를 해드렸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어머님도, 어색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작게 인사를 건네시는 어머님도, 자녀의 자리를 확인하시고는


 

"아이고.. 얘가 여기 학교에서까지 이렇게 안 치우네요.. 하하.."



하고 멋쩍어하시는 어머님도 계셨다. 놀랍도록 온화하신 어머님들을 모시고 학교에서 틀어주는 안내사항이 끝난 뒤, 인사를 드리며 내 소개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제 이름은 윤소흔입니다."



예상보다 너무 늦어진 일정에 인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전체적으로 부탁드려야 하는 무거운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아침 엘리베이터 지도와 시험감독을 도맡아주실 학부모님 명단을 적는 일이었다.



세상에. 나라는 존재만 부탁드리기에도 죄송하고 감사한데, 아침의 지도와 시험감독이라니. 그 밖에도 급식 지원과도 같은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여기 계신 학부모님들께 다 부탁드려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미션과도 같았다.



"혹시.. 이 날짜에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조심조심 말을 꺼내는 초보 교사가 과연 학부모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확실한 건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았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일정을 확인하시느라 잠시 고민하시다가 흔쾌히 빈칸의 명단을 가득 채워주셨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미션을 성공하고 나서 환하게 웃으며 안도하는 어린 담임 선생님. 그리고 그런 담임 선생님을 바라보는 더 크신 학부모님들. 참 웃기고도 우스꽝스러운 첫 만남이었지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나서도 학부모님들께서는 끝까지 남아 따로 인사를 하시거나, 아이의 걱정되는 부분들을 상담하고 가셨다. 끝까지 거듭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네주시던 학부모님들께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릴 따름이었다.




그 후에도 2주간 학부모 담 주간을 거치면서 직접 상담을 하러 오시거나, 유선상으로 염려하시는 부분들을 말씀해 주셨다. 체적으로 기우라고 생각될 만큼 아이들은 너무 씩씩하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결같이 학생이 학교에서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말씀드렸고, 상담이 끝날 때쯤에는 굉장히 끈끈한 어떤 감정이 피어났다. 그제야 실감할 있었다. 교육학에서 교육의 3 주체를 교사, 학생, 학부모라고 얘기하는지를.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지속성이 강조되기에, 지속성을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아이들을 위한 파이팅을 하려면 반드시 학부모님과의 소통이 필수였다.



그것을 온전하게 느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좋은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민감하게 확인하고 긍정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부분들을 먼저 말씀드리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학부모님들께서는 항상 이렇게 답을 주셨다.



"바쁘신데 이렇게 신경 써서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 말씀에 더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오늘도 아이들을 살핀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기 위해서. 더 행복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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