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선생님 여기 있어요."
천사 같은 학생의 연락을 받은 선생님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학기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아이들도 학교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학생회에서 재미있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청결 캠페인이었는데, 친구들과 교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사진을 찍어 응모하면, 순위를 매겨 물티슈와 과자 같은 부상을 주는 흥미로운 캠페인이었다.
애당초 나도 내 성격에 깨끗한 것을 매우 좋아했지만, 중 2인 아이들은 아직 청소에 미숙하기도 했고, 자기 자리 정돈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꽤나 어려움이 많아서, 탐이 나기는 했지만 쉽게 도전해 볼 수 없는 캠페인이었다.
그렇게 담임 선생님인 나 홀로 눈독을 들이고 있던 차, 반의 한 여학생이 질문을 건넸다. 평소 굉장히 조용하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기특하고 예쁜 학생이어서 나는 귀를 가까이 대고 학생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선생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혹시 청소를 해도 될까요?"
"그게 무슨 말이니?"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갸웃거렸다. 분명히 이 학생과 친한 다른 친구들이 청소하는 주도 아니었어서, 친구와 청소를 바꾸어 달라는 요구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학생에게 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손가락으로 캠페인 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청결 캠페인을 위해 제가 남아서 교실을 청소해 봐도 될까요? 친구랑 같이 하려고요."
고개를 들어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진심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혼자서 할만한 양은 아닐 텐데. 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평소에 별다른 요구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가는 학생이었기에, 스스로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 보는 기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캠페인에서 순위에 들지 못한다고 해도, 분명히 스스로 선택하고, 남아서 청소를 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해 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해보렴. 대신에 너무 힘들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네, 감사합니다."
학생은 내 허락에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더니 친구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빗자루를 집어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자신의 성격처럼 꼼꼼하게 정돈하는 모습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멀찌감치서 지켜보았다.
학생은 내게도 도와달라는 말 없이 자신의 친구와 함께 느리지만 차분한 속도로 정리를 계속했고, 나는 뒤에 남겨진 일과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자리로 먼저 내려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 핸드폰이 띠링! 하고 울렸다.
"선생님! 청소 다 했는데 혹시 무슨 사진이 제일 괜찮은 거 같으세요?"
연이어 도착하는 깨끗하게 정돈된 교실 사진에 나는 맥없이 미소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귀찮다고 혼자 청소했다면서 의리가 없다고 내게 얘기하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서 나는 교무실에서 바보같이 웃으며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주었고, 학생은 감사합니다!이라는 인사와 함께 캠페인에 응모를 마쳤다.
"엥? 이게 뭐예요?"
며칠 뒤 자리에 놓인 커다란 가방에는 청결 캠페인 TOP5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열개의 물티슈와 과자들이 들어있었다. 아, 이게 저번에 그거구나. 교무실에서 상을 받은 반이 되자 괜히 뿌듯해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신이 나서 가방을 들고 교실로 향했다.
"그게 뭐예요?"
"과자예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담임 선생님이 궁금했는지 아이들이 자리에 앉으면서도 시선을 가방에 고정되었다. 나는 가방 앞에 써진 문구를 읽어주며, 청소를 했던 학생을 앞에 나오도록 해서 칭찬해 주었다.
"원래는 모두 나누어 먹는 것으로 준 거지만, 이건 우리 친구가 혼자서 한 거니까, 친구에게 모두 줄 예정이에요. 어떻게 생각하니?"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전부 주세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순순히 과자를 양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속으로 기특함을 느끼면서 과자를 증정했고, 학생은 그 상황이 얼떨떨한지 가방에 들어있는 과자를 두 손 모아 잘 받았다.
"있잖아, 혹시 나도 하나만 주면 안 돼?"
"나도!"
"나도!"
순식간에 아이들이 학생에게 몰렸다. 그걸 막으려는 내 목소리보다 빠른 것은 학생의 손이었다.
부욱!
학생은 망설임 없이 과자의 통을 뜯어 반 친구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것이지만 미련 없이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에 기특해서 그 광경을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학생은 내게 다가와 받았던 과자를 작게 포장해 건넸다. 진심이 담긴 작은 편지와 함께였는데 그것마저도 참 이 학생답다 싶어서 고맙게 받았다.
"어? 선생님도 받으셨어요?"
"네? 그럼, 선생님도요?"
교무실로 돌아온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학생의 마음이 얼마나 넓은지. 심지어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넓었다.
학생은 자신이 경품으로 받은 과자를 나누어드리는 것이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과자들을 작게 소분해서 담임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과목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던 것이었다. 예쁜 선물로 인해 교무실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셨고, 나는 학생 덕에 하루종일 어깨가 으쓱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우리 반의 우렁각시 덕분에 우리 반에는 물티슈가 1년 내내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깨끗했던 교실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더러워졌지만, 그럼에도 개별적으로 아이들의 특성과 성격을 살피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서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앞으로도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살펴야겠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도전을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담임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든든한 응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조금씩 더 일어나고, 걷고 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라고 있는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니까. 누가 뭐래도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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