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삼각관계라고 들어는 보셨는가?

by 윤소흔


"자리 괜찮아요? 불편하지는 않아요?"


"네, 괜찮아요! 엄청 즐거운데요!"


"어디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죠? 있으면 바로 말해줘요. 언제든 집에 가고 싶어도 꼭 제게 말해요. 알았죠?"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위의 대화가 어떤 사이의 대화 같으신가? 다정하고 자상한 연인? 오우. 노놉. 이것은 정말 웃기고도 기분 좋은 상황의 대화라고 봐야 했다. 바로,



삐약이를 둘러싼 두 부장님의 삼각관계 대화였으니까.




나는 부모님께 생애 첫 술을 받은 후(그것도 와인으로 두 잔이었다.), 대학 가서도 술을 아예 마시지 않았다. 술자리 분위기도 좋아하지 않았고, 술 냄새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안'마시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못'마시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다 보니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탄산, 커피,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이미 이야기해 놓은 상태였다.



인생의 첫 회식이 있던 날. 부서 회식이자,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하지 못했던 회식. 그것도 10명이나 되는 큰 부서다 보니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교무부장님까지 참석하시는 거대한 회식이 되었다.



술자리라니! 회식이라니! 삐약이 인생에 한 번도 없었던 무서운 단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너무도 좋은 선생님들과 부장님 덕분에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실제로 집에서 종류별로 술도 미리 마셔보고, 어느 정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 부모님께 교육도 받았다. 마시다 보면 힉-!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에 그만 마셔야 한다고, 열심히 되뇌면서 회식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일이 있으셔서 오시지 못하셨지만, 교감선생님께서는 조금 늦게 참석하셨다. 그리고 나는 생애 첫 회식임을 알리며 (부모님이 안 계신 자리에서 마시는) 첫 술을 마시게 되었다.



테라. 맥주. 시원하고 차가운 것을 보면 냉장고에 있던 거긴 한데, 왜 탄산이 많지 않은 느낌인지. 그것 또한 분위기 탓일까? 고기를 신나게 구워 먹으며 맥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샌가 잔이 비었고, 두 번째 잔을 마시며 즐거운 1차를 보냈다.



2차로 맥주집에 도달했을 때에는 자리가 바뀌고 또 다른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전까지 대화 나누지 않던 선생님과도 대화를 나누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선생님!! 어서 오세요!"


"응, 맛있게 잘 먹고 있었.. 어라..?"



뒤늦게 합류하신 교무부장님께서는 선생님들과의 인사 후 가장 먼저 내 앞의 잔을 확인하셨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그 의미를 나는 알고 있었는데, 사실 동 교과이신 교무부장님께서는 내가 술을 안(못) 먹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아니? 선생님..? 이 잔은 뭐죠?"


"저 술 마셨어요! 히히!"


"아니.. 선생님께서 회식자리 곤란하실까 봐 부랴부랴 왔더니 술을 드시고 계시네..?"


"ㄴㅖ..?"


"어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그렇게 막 술을 마셔요!"


"으악!"




나를 걱정해서 오셨다는 교무부장님께 혼이 잔뜩 나고도 나는 3차를 갔다. 이유는 단 하나, 멋진 아이돌 부장님의 노래를 듣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선생님? 집에 안 가요?"


"안 돼요오! 저 이번 회식의 목표가 두 가지인데, 첫 번째가 고기고, 두 번째가 우리 부장님 노래 듣기란 말이에요!"


"하...(말잇못)"



교무부장님께서는 아이고.. 하시면서도 내가 목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아셔서인지 더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나를 따라오셨다. 불편하거나 집 가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는 당부와 함께.



쿵쿵 울리는 정신없는 노래방 속에서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고, 자리에 앉아 박수를 치는 내게 돌아가며 계속 말을 거신 분은 다름 아닌 두 부장님이셨다.



"괜찮아요?"


"힘들지는 않아요?"


"불편하거나 집 가고 싶으면 바로 말해요."


"분위기 괜찮아요?(거북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느냐는 의미였다.)"


"술은 마시기 싫으면 더 마시지 않아도 돼요. 이쯤 되면 더 마실 사람들만 먹는 거니까요."


"굿 모닝. 몸은 괜찮아요?"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혹시 회식하면서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었죠?"



그렇게 삐약이를 향한 두 부장님의 걱정은 그날을 넘어서 그다음 날까지도 계속되었고, 나는 걱정하시지 말라는 의미에서 몇 번이고 말씀드려야 했다.



"녱!! 저 진짜 더없이 완벽하고 행복한 첫 회식이었어요! 최고예요!"




멋모르는 삐약이의 첫 술과 회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비록 힉-! 하고 좋아지는 지점을 찾기 전에 배가 불러서 못 마셨지만, 계속 내가 취한 건 아닌지, 상태는 괜찮은지, 확인하시는 부장님들께 감사했다.



그 와중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두 부장님의 삼각관계 같은 걱정에 철딱서니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이 더 멋진 첫 회식의 기억을 꾸며준 것 같아서, 지금도 그날만 떠올리면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회식이 처음인 삐약이 교사를 나도 언젠가 볼 수 있을까? 그런 때가 된다면 두 부장님께 받았던 만큼 챙겨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 선생님이 또 시간이 흘러, 새로운 삐약이 교사에게도 베풀 수 있도록.



그렇게 된다면 그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을, 모두가 즐겁게 즐기는, 그런 멋진 회식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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