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추운 날 등장한 7명의 천사들

꼬질한 김장을 함께

by 윤소흔


겨울철이 되면 김장을 한다. 물론 학교에서 김장을 할 일은 그다지 없지만, 이번 겨울은 달랐다. 가장 추웠던 날, 복도에서 해야 했던 꼬질한 김장에 한숨을 쉬었고, 그런 나를 도와준 7명의 천사들이 있었다.



김장이면 김장이지 꼬질한 김장은 뭐야?라고 물음표를 가지실 것을 이해한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으잉? 했다가 빵 터져서 웃었으니까.




생활안전부에서 맡았던 환경업무의 마무리로 각 층의 대걸레 헤드를 바꾸는 작업을 실시했다. 대걸레의 개수가 엄청났고, 젖어있는 대걸레 헤드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돌아야 하는 층은 자그마치 7개의 층이었다. 그리고 가장 막막한 것은 그날이 그 해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는 점이었다.



"어떡하지.."



나 혼자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더욱이 헤드를 갈아 끼운 다해도 그 많고 무거운 헤드를 어떻게 다 옮겨 밖에 버릴 수 있겠는가? 학기 중이었다면 잘못한 학생들에게 선도의 개념으로 함께 할 수라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 시기는 학기의 막바지였다.



"어.. 왜 이 인원뿐이야?"



결국 나는 늘 나를 도와주던 학생에게 최대한의 인원을 모아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돌아온 인원은 달랑 3명이었다.



"그게.. 애들이 코로나랑 독감에 걸려서요.. 괜찮아요! 뭔지는 몰라도 저희로 충분해요!"


"오.. 안돼.. 너희 셋으로는 절대로 못해.."



절망감에 고개를 가로젓자 학생들은 걱정 말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 일단 가장 급한 너희 층부터 하자. 나머지는 나중에 조금씩 하는 거로 하고.."



가장 대걸레가 부족한 곳이 바로 1학년의 남자반 층이었기에, 그곳으로 수많은 대걸레와 대걸레 헤드, 그리고 비닐봉지를 챙겼다.



"이걸.. 다 갈아요..?"



아이들은 더러운 대걸레에 처음에는 움찔했지만,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내가 먼저 대걸레를 갈자 이내 결심한 듯 일제히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심시간이었던 탓에 주변에 친구들이 쳐다보고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내 손에 대걸레가 닿지 않게 하려 속도를 높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한 고마움을 느꼈다.



"선생님 저희가 할게요!"


"맞아요. 그거 더러워요. 만지지 마세요."


"선생님 손 다치시면 안 돼요! 저희가 할게요."


"어? 선생님? 너희 뭐 하냐?"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대걸레를 갈고 있으니 주변에 슬슬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도와드릴까요? 하는 물음과 함께 손을 걷어붙이고 대걸레를 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띵동-!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예비종소리에 아직 끝내지 못한 대걸레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이 층이라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당황스러움에 물든 눈동자를 캐치한 학생 한 명이 잠시만요.라는 말을 하더니 자리를 비우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선생님. 다음이 창체라 담임선생님께 허락받았어요. 끝까지 도와드릴게요."


"어? 뭐라고? 허락받았다고?"


"네. 저희 반은 다 허락받았어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그럼 저희도 담임선생님께 허락받고 올게요."



각기 다른 반의 학생들이 자신의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는 모습이란. 당황한 나는 다시금 담임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죄송함을 담아 상황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도 선생님들께서는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그렇게 처음에는 3명이었던 학생들이 7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봉투 속 대걸레에도 자신들이 남자라며 불평 없이 씩씩하게 들고 옮겼다.



"선생님, 드디어 꼬질한 김장이 끝났습니다."


"꼬질한 뭐..?"


"대걸레요. 꼬질꼬질한 배추 같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지금 김장을 하고 있는 거죠."


"푸하-!"



웃음이 터져 한참을 웃었다. 어쩜 그렇게도 긍정적이고 창의적인지.



개수를 세어서 딱 맞게 주문했다고 생각했던 대걸레 헤드의 부족함에 창고에 앉아 시무룩해진 나를 보며



"괜찮아요, 선생님.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이 아니시잖아요."



라며 담담하게 위로하던 학생. 다 끝났다며 쓰레기를 한껏 들고 꾸벅 인사하며 돌아가던 학생. 도와드리는 것만도 좋다며 씩 웃음 짓고 가던 학생. 조심 또 조심하라며 동동대는 내게 걱정하지 마시라며 오히려 안심시키던 학생까지.



온몸이 떨릴 정도의 추위 속에서 꿈처럼 등장해 준 7명의 천사들 덕분에 나는 내 업무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어쩌면 힘들다며 요령을 피울 수도, 수업이라며 들어가 버릴 수도 있었을 일이었다. 날도 추워 대걸레마저 꽁꽁 얼어버린 날씨에 얼마든지 피했어도 이해했을 일이었다.



그럼에도 천사들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틈틈이 잠깐씩 도와준 천사들도 더 있었다. 이 천사들이 내게 건네준 도움은 분명, 내가 자신들과 지낸 1년에 대한 진정한 교원평가이지 않았을까?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굳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가질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또 추운 어느 날, 생각도 하지 못한 예쁜 천사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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