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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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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10년 넘게 이 부서에 있었다.

야근하고 혼자 내 짐을 챙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해마다 받은 업무수첩과 그동안 나의 물건들을 보니 뭔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더 이상 회사에서 울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뜨거운 눈시울을 억지로 눈을 깜빡이며 쏟아내지 않았다.

내가 회사 화장실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었는지…

그럴 때마다 위로는커녕 감정 조절도 못 한다는 질책을 받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치욕과 모멸감을 감내하여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냥 조직의 하나의 부속품이며 다른 사람으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었다.

회사 내 파벌과 라인 경쟁에 진절머리가 나고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하는 나는

늘 조직 부적응자가 아닌가? 자책도 많이 했다.

어이없이 고과와 이해하기 힘든 업무지시도 많았지만,

대출금과 카드값을 메우기 위해 꾸역꾸역 다니고 있다.

회사 안이 전쟁터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데…

미생인 나는 본연의 나를 숨기고 회사가 원하는 생각도 없고

짜인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어 움직인다.

진짜 기분 엿 같다.

벗어날 수 없음에 더욱 슬플 따름이다.

이런 감정조차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


#회사#인사이동#부서#치욕#모멸감#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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