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회 때 한번은 우리 학년에 태권도를 하게 되었다.
작고 왜소한 나는 격파할 나무판을 들고
다른 아이에게 올라타 있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격파할 아이가 내가 들고 있는 나무판을 향해 오면 어찌나 무섭던지…
난 정말이지 하기 싫었다.
처음에 내가 무서워서 격파하는 아이가 조준을 잘 못하자
그 아이가 나에게 똑바로 들으라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난 그냥 눈을 감는 선택을 했다.
선생님께 하기 싫다고 했지만 나를 들어야 하는 아이는
다른 무거운 아이보다 가벼운(?) 나를 원했다.
격파를 하는 아이와 나를 들어야 하는 아이
그리고 나무판을 들어야 하는 나의 각자 입장이 있었고
사실 그중에서 제일 고생하는 아이가 날 들고 있어야 하는 아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운동회까지 무한 연습이 진행되었다.
오후에 운동장에 남아서 격파에 동참하지 않는 아이들은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날 들어야 하는 아이는 한숨을 쉬고 나를 자기 어깨에 태웠다.
탈 때마다 왠지 모르게 미안하기는 했다.
격파할 아이가 나에게 눈빛으로 똑바로 들라고 했고
난 알았다며 짜증이 묻어나는 눈빛을 보냈다.
난 눈을 감고 충격이 가해지면 내 손의 나무판이 두 조각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가끔 난 태권도 격파 장면이 나오면 그때 생각이 난다.
날 들었던 아이와 그때 태권도 격파를 했던 아이는 어떻게 지낼까?
그리고 역시 작고 덩치가 작은 나같이 위에 올라탄 아이도 본다.
내가 들고 있는 나무판을 부수기 위해 도약하며 뛰어오던 그 모습이
어찌나 겁나던지 혹시나 나를 칠까 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사실 난 개인 격파도 실패했다.
어떻게 애들은 하는지 참 신기했다.
엄마한테 너는 왜 격파 못하냐며 혼났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운동회#태권도#격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