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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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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노부부가 팔짱을 하고 길을 걸어가는 것을 봤다.

우리 엄마 아빠는 같이 어디를 가도 옆에 걸어가는 법이 없다.

아빠가 먼저 걸어가고 뒤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엄마가 걸어간다.

전에 엄마, 아빠가 집에 왔는데 계속해서 두 분이 싸웠다.

엄마가 밥을 해서 줬는데 아빠가 음식 가지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아빠한테 엄마가 고생해서 밥했는데 고맙다고는 못하고

왜 그렇게 성을 내냐며 내가 뭐라고 했다.

엄마는 미치겠다면서 나에게 하소연했다.

같이 지하철을 타는데 아빠가 임산부석에 앉는 것이었다.

내가 빨리 일어나라고 하자 아빠는 아무도 없는데 앉으면 안 되냐고 나에게 물었다.

난 한숨을 쉬면서 일어나라고 했다.

아빠는 마지못해 일어섰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또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아빠가 너무 크게 말을 해서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집에 가서 아빠한테 대중교통에서 왜 그렇게 목소리를 내냐면서 뭐라고 했고

임산부석이 비어있어도 앉지 말라고 했다.

아빠는 내 말에 수긍은 하지만 기분 나빠했다.

자꾸 그러면 내가 데리고 다니지 않겠다고 하자 가만히 있었다.

아빠는 뭔가 아이가 된 기분이다.

고집만 세어지고 엄마가 아빠랑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아빠는 고집불통의 말 안 듣는 아이 같다.

아침에 다정한 노부부를 보니 저렇게 나이 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다.

#노부부#팔짱#다정#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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