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을 흠모하다.

by 윤슬

나는 어릴 때부터 미인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좋아했다. 물론 미남도 좋아했지만 특히나 미인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다. 어릴 때는 예쁜 여자를 보면 넋을 잃고 뚫어져라 쳐다봤으며(상대방이 인식할 정도로) 뒷모습이 예쁜 여자를 보면 달려가서 꼭 앞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하면 내가 생각하는 예쁜 여자를 번호를 적어놓고 몇 등까지 올라가는지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잡지나 책에서 예쁜 여자가 나오면 잘라서 따로 스크랩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폴더를 만들어 이미지 파일을 따로 저장했다. 그러다 보니 군중 무리 속에서도 빛의 속도로 미인을 찾아 스캔하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미인에 집착할까? 한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라고 치더라도 나는 좀 유달리 그런 경향이 있다. 나의 보잘것없는 외모 콤플렉스의 발현? 어릴 때 엄마가 나에게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시집간다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의 일종의 트라우마? 내면에 숨겨진 남성성의 발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똑 떨어지는 답은 없다.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나는 예쁜 여자에 대해 관대하다. 물론 미남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여배우나 남자 배우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에도 “이쁘잖아~ 이쁘면 됐지. 연기까지 잘할 필요가 있어?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데...”라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중학교 때 엄청 예쁜 아이가 있었다. 하얀 피부에 갈색 빛깔 머리 인형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아이였다. 그 당시 내가 실물로 본 사람 중에 제일 예뻤다. 무수한 군중 속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그 아이가 무용담처럼 주말에 부산 용두산공원에 놀러 갔는데 지나가는 남자아이 열명에게 자기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자 다 알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는 부산 사하구에 살았는데 최소 사하구에 사는 남자아이들은 다 그 아이를 안다고 봐도 무방했다. 너무 예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나쁜 무리에 빠져서 결국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그 아이에 대해 나쁜 말을 할 때도 나는 속으로 동정을 했었다.


미인으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비슷한 예일지 모르지만 나름 꾸미고 나가면 남자들이 나에게 주는 시선들이 있다. 간혹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고. 물론 이건 내가 상태가 양호한 경우이다. 미인은 매일매일이 이러한 상황이 아닐까? 그러한 시선 속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의 회사 청소 아주머니 이야기이다. 새로 청소하시는 분이 오셨는데 엄청 참하게 생기셨다고 한다. 청소를 하는데 남자 부장님들이 “이런 일 하실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이러시면서 손수 쓰레기통을 비워주셨다고 한다. 아마 이런 호감이 바탕이 된 유리한 상황이 많지 않을까? 아무튼 예쁘고 볼일이다.


미인에 한없이 약한 것이 인간이다. 아름답다는 것이 권력이다. 미인은 그래서 연인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옆에서 본 미인 바로 내 언니와 나의 베프인 경우 미안한 말이지만 양다리는 물론이거니와 문어다리를 넘어 남자를 만났고 노골적으로 선물과 여러 가지를 바랐다. 문제는 그럼에도 상대 남자는 참고 그걸 다 받아준다는 점이다. 연인 사이에서 아름다움이 가지는 힘이 실로 엄청나다. 한 예쁜 여자아이는 같은 과에 과톱남자랑 사귀면서 리포트며 각종 시험공부까지 도움을 받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 이용하는 것이 뻔하게 보였지만 과톱인 남자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지극정성이었다. 예쁜 여자랑 사귀려면 치러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예쁘면 확실히 살기 편한 세상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쉽게 초기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그에 못지않게 유혹도 많고 쉽게 얻은 것이 또한 쉽게 잃기 마련이다. 10,20대 찬란히 빛나던 미인들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면서 더는 얼굴로 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름다움은 그렇게 짧은 것이다. 아름다움 한때는 찬양했고 부러워도 해봤고 질투심도 느꼈으며 갈망했다. 그러나 이젠 그 아름다움이 짧아 애석하고 보면 슬플 때도 있다. 내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미인... 아름다움...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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