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견우랑 헤어지고 3년이 흐른 후에 아직 견우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심정입니다.
넌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니?
너와 헤어지고 3년이 흘렀어.
우린 작년에 그 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했었지?
2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더라.
지금도, 일 년 전도 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어.
그래서 가지 못했어.
넌 일 년 전 그 장소에 갔니?
내가 죽은 그 사람을 다 잊은 건지
널 보면서 그 사람 모습을
더 이상 찾지 않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
우리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우연히라도 만나지 않을까?
하면서 시간에 나를 맡겼어.
그리고 지하철만 타면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견우 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야.
옛날 너의 전화번호는 결번이고
너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견우야 넌 어디 있니?
어딜 가면 만날 수 있는 거니?
내가 기억하는 견우 너는
피아노 치는 여자를 좋아하고
운동은 스쿼시는 치는 족족 얼굴에 맞고
수영은 할 줄도 모르고
엉텅리인 나의 시놉시스도 잘 읽어주고
여대에 용감하게 혼자 들어올 줄 알고
내가 때리는 따귀도 잘 맞고
발 아픈 여자친구를 위해 신발도 바꿔 신고
떡실신한 여자친구 뒤치다꺼리도 잘하고
막무가내인 나의 부탁을 잘 들어줬어.
부모님 소개로 만난 남자에게도
나를 잘 부탁한다고 했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그 남자에게 알려주면서 말이야.
그렇게 그 자리를 네가 떠났고
그 사람이 네가 남기 말을
읊조리는데 난 참을 수가 없어 뛰쳐나왔어.
정신없이 널 찾아 헤매는데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어쩌자고 이런 자리에 널 부른 건지
그런 말 하는 너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너라 아이는 왜 그렇게 대책 없이 착하기만 한 거니?
그 사람처럼 널 영영 잃어버리게 될까 봐
구두 신은 발이 아픈지도 모르게 뛰었어.
마침내 지하철에서 너를 찾았을 때
온몸에 힘이 풀리고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널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너를 만나면서
죽은 그 사람에게도
너에게도
죄책감이 들긴 싫었어.
견우야
너를 찾아 헤매던 그때가
마치 지금의 내 모습 같아.
일 년 전 왜 난 용기 내지 못했을까?
오늘에서야 그곳에 가서
너의 편지를 읽었어.
3년 전 너의 과거를 만날 수 있었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관계에 대한 고민들…
그동안 서로의 속마음을 깊게 이야기한 적은 없었잖아.
작년에 와서 서로의 편지를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우린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왜 난 늘 뒤늦은 후회를 하는지…
언제나 손닿은 거리에 네가 있었기에
너를 찾아 헤매는 이 순간이
안갯속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널 영영 만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 사람처럼 너도 잃게 되는 걸까?
견우야
지금 미치게 널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