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
나는 나약한 아니 비겁한 왕이었다.
충신을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다.
간신의 충동질에 넘어갔다.
누구를 탓하리오?
내 마음의 작은 불안을 키우고 그릇된 결정을 하게 했지만
그를 내 곁에 둔 것도 결정을 수락한 것도 나다.
매일 의심스러운 탕약이 들어온다.
이젠 내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기력이 약해진다.
그림을 그리는 손에 힘이 없다.
전쟁 중이었다
나에게는 전쟁에 이길 무사가 필요했다.
김신은 백전백승의 무사였다.
안정장치로 그의 누이 김선과 정혼했다.
정략결혼이었지만 나는 김선을 연모하였다.
승전보가 울러 퍼졌고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노련한 사람이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그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왕보다 인기가 많은 무사는 위험하다.
어리고 정치적 치적이 없는 왕에게는 특히나 더…
억울함과 무고함을 외치던 김신!
오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무사에게
내려진 것은 포상이 아니라 역모 죄라는 누명이었다.
김신이 역모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단지 미래의 있을지 모를 싹을 제거했을 뿐이다.
그는 믿지만 그 주변 인물은 믿지 않는다.
김신도 야망이 있을 것이고 유혹이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2인자 따위는 필요 없다.
왕은 단 하나이어야 한다.
마지막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
그녀는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았다.
살려달라 애원조차 없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받아들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화살을 맞은 그녀의 하얀 옷에 피가 번졌다.
우리의 정혼 반지가 끼워진
손끝의 가녀린 떨림이 멈출 때까지 숨죽여 지켜보았다.
왕은 연모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빈 껍데기뿐인 난
나의 왕국마저 간신들에게 넘겼다.
나의 신하도
나의 여인도
나의 왕국도
무엇 하나 지켜내지 못하였다.
난 곧 죽을 것이다.
저승에서 김신과 나의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 어찌 그들을 볼 것인가?
김신 눈에서 본 원망과 절망의 마지막 눈빛이 떠오른다.
죽기 전에 이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그녀를 매일같이 그리며
간신히 버텨왔다.
나의 충신 김신
나의 여인 김선
껍데기만 남은 나 왕여…
한 많은 이 생애는 끝내고
다음 생에는 부디 후회와 번민 대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오래오래 웃을 수 있게 되길…
신이여
죗값은 제가 다 받겠나이다.
...
신은 벌로
날 전생의 기억을 잃은 저승사자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