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by 윤슬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엄마 앞에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내밀었다. 내 머리카락은 곱슬머리여서 약간 웨이브가 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무슨 머리를 해줄까? 언제나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엄마가 양 갈래로 머리를 단정히 땋았다. 거울을 보니 마음에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우리 반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그 아이는 예쁜 원피스에 아기자기한 머리끈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학교에 왔다. 오늘은 고동머리 흔히 만화 캔디캔디에 나오는 이라이저 머리를 하고 왔다. 양쪽으로 머리를 묶고 길게 늘어진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탐스럽고 예뻤다. 손을 내밀어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레이스 카라와 어깨 뽕이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구두는 반짝거리는 애날멜 구두였다. 단연코 우리 반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가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로 북적였다. 나는 다가서지도 못하고 그 아이를 몰래 훔쳐봤다. 남자아이 하나가 그 아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도망쳤다. 그 아이는 머리카락이 망가졌다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그 남자아이를 잡아다가 혼냈다. 그래도 훌쩍거리자 한 아이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만져주기 시작했다. 맨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아까보다는 나았다. 그제서야 그 아이는 울음을 멈췄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도 그 머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머리를 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엄마에게 말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해줄 리가 없다.


집에 오니 엄마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했다.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내 머리카락은 가위로 싹둑싹둑 잘려 나갔다. 바닥에 곱슬거리는 내 머리카락이 보였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거울을 보니 짧은 단발머리의 내가 있었다. 흡사 남자아이 같았다.


밤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거리는데 손을 내밀면 만져지던 머리카락이 없으니 허전했다.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나는 머리카락이 아주 길어. 허리까지 내려와. 그리고 구불거리는 펌을 했어.


하얀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입고


반짝거리는 고동색 에나멜 구두를 신었어.


학교에 등교를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


상상 속에서의 나는 현실의 나와 달랐다.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는 이내 잠이 들었다. 눈물자국이 있던 볼 아래에 있던 입술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