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좋아해."
누군가에게 좋아한다 고백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고백을 흔히 남자들이 한다. 혹자는 여자에게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남자가 고백하게끔 만들라고 하기도 한다. 고백하는 것보다 100배는 어려운 미션이다. 먼저 고백하는 것이 사랑에서 지는 게임인가? 흔히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가 된다고 한다. 사랑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은 것일까? 누구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죄도 아니고 약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왜 여자는 남자에게 먼저 고백하지 못하는가?
오래된 관습 같은 것 같기도 하다. 여권이 신장되었다지만 유독 연애에서만큼은 아닌 듯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데 기껏 설레는 이성을 두고 고백 한번 못한다니 말이다.
까이는 것이 쪽팔리는 것인가?
물론 이해한다. 무엇이 되었든 까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부끄러움을 동반한다. 남자라고 부끄러움이 없겠는가? 그들 역시 있지만 그럼에도 고백하는 것이다. 멋있지 않는가? 사랑을 위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 말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지만 어쩌지 못하는 사연들을 보면 고백을 하면 해보라 권하고 싶다. 확률은 반반이지 않는가? 까이거나 연인이 되거나...
"우리 말이야 33살까지 결혼 안 하면 우리 둘이 결혼할까?"
스스럼없이 지내던 남사친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왔다.
"뭘 결혼해~ 그냥 각자 사는 거지..."
시니컬하게 되받아치지만 나도 들이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짠~ 치마입었지롱! 너 지금 나한테 설레지? 오늘부터 1일 할까?"
"난 눈 높아!"
이런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겼어 그런지 몰라도 나는 고백하는 데 별 스스럼이 없었다.
"너 누구 좋아하다고 고백했다며?"
"응"
"근데 거절당했다던데..."
소문은 더럽게 빨랐다.
"응. 내가 자기 스타일 아닌가 보지 뭐..."
담담한 내 반응에 물어본 친구가 더 당황했다. 그 이후에도 나를 깐(?) 사람과 스스럼없이 잘 지냈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냈다.
"혹시 상처받았는지 걱정했는데... 그리고 우리 사이가 불편해 질까 봐 걱정했는데...
아니어서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아이야."
"나 상처는 받았는데 몰랐구나? 좋기만 하구나 이쁘지는 않고 그래서 아니었던 거야?"
"......."
"농담이야. 농담!"
나를 거절한 사람과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그 사람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그때는 내가 잘 몰랐는데 계속 보니 너 괜찮은 애인것 같아. 아직도 나 좋아해?"
"미안... 그때는 좋았는데 지금은 아니야. 그래도 고백해 줘서 고마워~"
"무승무네."
"그런가?"
고백을 하고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 사귀게 되면 왠지 지는 게임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여자인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고 그게 자존심 상하는 문제일까? 남자가 더 많이 좋아해야 이상(?) 적인 그림인 걸까?
내가 고백해서 사귀게 된 적이 있는데 난 늘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하루는 내 마음을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내가 널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내가 좋아해서 사귀고 항상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고 그러잖아"
"그건 성격상 니가 먼저 약속 잡고 해서 그런 거고. 틀렸어. 내가 더 좋아해. 이 바보야. 담배도 안 피우고 친구들하고 잘 놀지도 않고 나 너 만날 때마다 향수까지 뿌리고 오는데 몰랐어? 내가 어떻게 해야 마음을 보여줄까?"
어수룩하게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는 남자친구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누가 누구를 더 많이 좋아하면 어떠하며 그게 무엇이 중요할까?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만약 고백이 주저된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딱 그 정도가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성들이어 고백을 하라. 쪽팔림은 순간이고 사랑은 그것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