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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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할아버지는 이해 못 하세요! 언제 제 말 제대로 듣기나 하셨어요?”


토마스는 옷을 챙겨 입고 문을 꽝하고 열고 나갔다.


“토마스~ 밥은 먹고 가야지..”


톰은 문을 열고 재빨리 나가 봤지만 토마스는 이미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딸이 죽고 맡아 기르고 있는 손주 토마스는 십대가 되자 여간 손을 썩히는 것이 아니었다.


식탁에 먹다 만 음식이 보이고 학교가 가지고 가야 할 책도 보였다. 톰은 한숨을 쉬고 자리를 정리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모자를 쓰고 먹을 것과 토마스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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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가 다니는 학교는 톰도 다닌 곳이었다. 들판이 펼쳐져 있고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었다. 걷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이 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공상도 했었다. 그 길을 이제 토마스가 다니는 것이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왔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토마스는 도시로 나가고 싶어 했다. 아침에 그 일로 심하게 다투었다.


톰도 한때 도시로 나가고 싶었다. 농사일을 하라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시로 나갔지만 친인척 없이 도시에서 지내기란 쉽지 않았다. 돈을 모아 사기를 당한 뒤 절망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토마스는 아직 어리고 도시는 위험했다. 아직은 무리라고 톰은 생각했다. 그래도 저렇게 가고 싶어 하는 토마스를 보니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어이 톰! 무슨 생각을 그리해?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말이야.”


고개를 들어보니 어릴 때부터 친한 제퍼슨이었다.


“토마스 학교에 가는 길이야. 아침에 다투고 그냥 갔거든...”


“무슨 일로?”


“도시로 가고 싶다고 그러네...”


“그럴 나이지... 우리도 그랬잖아?”


“도시에 아는 사람도 없고 나쁜 일 생길까 봐 그러지...”


“나쁜 일도 겪고 그러면서 크는 거야. 너무 말리지는 마. 이보게 톰. 우리 어릴 때 생각해 보라고... 장난 많이 치고 사고 치고 돌아다녔냐 말야.”


“그랬지...”


“그거에 비하면 토마스는 양반이야. 공부도 잘하고 농사일도 잘 돕고 말이야. 너무 걱정 말라고...”


“다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구먼...”


“톰 잠깐만... 나 화장실이 좀 급한데 말야.”


주변을 둘러보니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공사장에 천막을 두른 곳이 보였다. 톰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제퍼슨은 톰이 가르치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는 톰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치며 씨익 웃었다. 둘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길에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일사불란하게 둘은 공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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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망을 볼 테니 볼일을 보라고..."


망을 보는 톰은 두근두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누가 올까 조마조마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도전 없는 삶을 살기에는 토마스는 너무 어릴지도 몰라. 매일 매일이 똑같은 여기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토마스에게 더 좋을 지도 몰라.’


톰은 주변을 살피며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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