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라는 단어야말로 남자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게 나쁜 것은 아니다. 난 여자들도 근자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난 공대를 나와서 남자가 많은 집단에서 오래 있어왔다. 남자들의 특징을 면밀히 살폈고 지금도 관찰 중이다.
슬램덩크에 이어 드래곤볼에 열광하는 남자들은 많이 봤다. 어릴 때 띄엄띄엄 본 기억으로 좀 야한 만화 정도만 기억되었다. 도대체 왜 남자들이 드래곤볼에 열광하는지 사뭇 궁금하여 아시는 분의 집에서 만화책을 빌려 3일 동안 내리읽었다.
순정만화를 읽는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드래곤볼에는 남성들의 희망을 담은 이상향이 있었다. 내가 본 수컷(남자)들의 세계는 약육강식 그 자체였다. 서열이 존재하고 강한 자가 일인자가 된다. 그리고 절대복종하지만 언제나 반란을 도모한다. 겉으로는 서열에 순종하지만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더 강해지면 자신이 일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여자 선배에게 이야기를 하자 그 선배는 아빠와 아들 사이에도 서열 경쟁을 한다고 하셨다.
이런 남자들의 본능을 잘 간파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 손오공은 괴력을 가지며 수련을 통해 점점 강해진다. 점점 더 강한 적이 나타나고 오공의 무술도 점점 강해지면서 성장한다. 이런 오공을 보면서 남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치 자신이 오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사실 오공의 캐릭터는 마음은 순수하고 무술 실력은 천부적으로 타고났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난 대게 재수 없을 것 같다. 재벌 2세 느낌이라고나 할까?
난 주인공보다 빌런들에게 더 애착이 갔다. 드래곤볼 이야기의 큰 뼈대는 7개의 구슬을 모으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데 있다. 소원을 이루면 다시 일 년 뒤에 다 찾아서 소원을 빌 수가 있다. 악당의 소원이 거창한 것보다 키가 크고 잘 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싶다고 하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마 남자들의 깊은 소망이 아닐까? 일인자가 되고 싶은 이유 역시 이성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서 일 것이다. 난 고승덕 변호사가 고시 3관왕 할 정도로 지독히 공부한 이유가 예쁜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글을 읽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모 가수가 피아노를 배운 이유가 여자를 꼬시려고 그랬다는 말에서도 솔직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공은 별다른 노력 없이 아내가 생기고 아들도 낳는다. 그건 일인자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드래곤볼에서 일인자는 오공이다. 이게 만약 현실이라면 못생기고 무능력한 빌런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빌런을 오공이 처치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찌질함을 없애는 느낌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애써 부정하려 하는 것일까?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애쓰는 수컷이 가련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일인자가 되지 않아도 사랑해 줄 여자가 있을 텐데 말이다. 여자가 마치 예뻐지려 하는 것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인지 모른다. 일등이 아니어도 예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남자판 순정만화 같은 드래곤볼을 보면서 살짝 남자들을 이해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