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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29. 2020

트렌트코리아2021을 읽다.


코로나로 인하여 어느 때보다 사회 변화에 대해 관심이 많고 변화된 트렌드가 궁금했다. 기다리던 트렌드코리아2021이 나와 재빠르게 구매했다. e북을 기다려서 좀 더 오래 걸렸다.


"변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변했냐 했더니 방향이 아니라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많이 들었던 언텍트라는 말은 사실 2018년도 키워드였다. 그때 그 말에 따라 변화를 했다면 코로나 시대에 잘 헤쳐나갔을 것이고 아직 섣부르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2021년 트렌드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Coming of ‘V-nomics’ 브이노믹스

브이노믹스V-nomics는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를 의미한다. 과연 V자 회복은 가능할까? 기존의 가치Value는 어떻게 변할까? 언택트 트렌드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새로운 브이노믹스 패러다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장기화될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전략을 제공할 것이다.


Omni-layered Homes 레이어드 홈

집이 변한다. 의식주의 기본 기능에서 업무와 휴식, 놀이와 창의 기능을 겸하고 인근 동네로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집의 기본 기능 위에 다른 기능이 더해지는 다층적 공간으로의 변신을 ‘레이어드 홈’이라고 칭할 수 있다. 집의 변화는 변화하는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단언컨대, 집이 될 것이다.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자본주의 키즈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시장·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 속에서 자라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한 것이다. 이들에게 “돈 밝히면 못 쓴다"라는 말은 옛말이고 “돈에 밝지 않으면 정말 ‘못 쓰게’ 된다”는 말이 생활신조가 되고 있다.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자본주의 키즈는 브이노믹스와 그 이후 세상을 이끌어갈 주역이 될 것이다.


Best We Pivot 거침없이 피보팅

피보팅pivoting은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용어지만, 코로나19 이후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가 됐다. 제품·전략·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그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피보팅’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제 거침없이 피보팅하라.


On This Rollercoaster Life 롤코라이프

아찔한 속도감, 짜릿한 재미가 특징인 롤러코스터는 오늘날의 돌발적인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닮았다. 이들은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열광하고, 상식적인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는 짧은 변주와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환영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다 즐기고 나면 미련 없이 하차하고 다음 놀거리로 갈아탄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라이프’를 사는 ‘롤코족’은 더 이상 변덕스러운 젊은이들이 아니라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따라서 100% 완벽한 마케팅보다는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숏케팅’이 중요해졌다.


Your Daily Sporty Life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운동이 붐이다. 등산로에는 레깅스로 차려입은 남녀노소의 발길이 이어지고,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와 서핑이 대중화되고 있다. 운동 열풍은 단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과 면역에 관심이 커진 것뿐만 아니라, 건강에 방심하지 않는 MZ의 세대적 특성, 정체의 시대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제 브랜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설계하는 액티비티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Heading to the Resell Market N차 신상

중고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요즘 사람들에게 중고품이란, 단순히 ‘남이 쓰던 상품’이 아니라 ‘여러 차례(N차)’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즉 ‘N차 신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중고시장은 이제 투자처로서, 놀이터로서, 커뮤니티로서, 플랫폼으로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고마켓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감성을 끌어안는 보다 유연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CX 유니버스

고객이 접하는 상품과 브랜드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고객충성도는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경험의 총체적 관리’다. 고객경험을 CXCustomer eXperience라고 하는데, 이 CX가 단편적인 접점 관리에 그치지 않고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할 때, 이를 ‘CX 유니버스’라고 부를 수 있다. 팬덤을 만들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과 함께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싶다면, 2021년을 CX 고객경험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레이블링 게임

한 사람이 여러 정체성을 갖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에 “나는 진정으로 무엇인가?”는 스스로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 됐다. 자기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현대인은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에 몰두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어서 이런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이런 브랜드를 사는 걸 보니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역의 인과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정체성 동일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휴먼터치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트렌드가 더욱 조명을 받으면서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점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진실의 순간,’ 진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적인 ‘감성’과 ‘공감’이다. 불가항력의 역병疫病이 창궐하고, 첨단 기술은 빛의 속도로 앞서나가며, 트렌드는 숨 가쁘게 바뀌는 어려운 시대, 이 변화의 삼각파도에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인간의 손길’, 즉 휴먼터치다.


특히나 난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나에게 다가왔다.


사람들에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무제한의 기회가 주어지면 초반에는 대체로 명랑한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종국에는 울화·우울·증오가 커진다는 것이다. 소통과 더불어 비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설을 통해 작가는 우리 모두가 꿈을 성취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자본적인 사회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취하지 못한 사람’을 실패로 간주하는 능력주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20세기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인류는 현재 오랫동안 우리 모두의 운명이었던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난에서 벗어난 인류가 지금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가?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고통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 현대인의 정체성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일을 해야 존중받고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자리 불안은 정체성의 균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인전에 나오듯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으며 “그냥 나다운 삶을 살면 된다”는 신조가 강해졌다. 개인의 선택이 중시되고 가치가 다원화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겠지만, 이제 “나답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 됐다. 하지만 “너 자신을 알라”는 철학자의 말이 역설적으로 말하듯, 스스로를 깨닫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그 결과 자기존재의 지향점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자기를 찾기 위해 디지털 공간의 각종 자기진단 테스트를 찾아다니게 됐다.


난 유행하는 모습 테스트를 다 해본 것 같다. MBTI를 비롯하여 SNS상에 돌던 모든 테스트를 해 봤고 거기에 재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몇 년 동안 화두 역시 '나는 누구인가?'이다. 많은 질문의 시간을 가졌지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불안해하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아직 진행형이고 어떤 답을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낀다.


나는 이 변화에 어디에 방점을 두고 살아야 할지 또 깊게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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