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무실에 처박혀서 일을 하지만 한때 나는 오지(?)에 있는 장비 점검, 수리 업무를 했었다.
파주, 문산, 동두천 등지에 있는 통신시설들을 관리하고 점검하고 고장 시 수리를 했다.
사수를 따라다니면서 정말 쌍욕을 들어가면서 업무를 익혔다.
그 사수는 신입을 3명이나 퇴사시킨 것으로 유명했다.
회식 때 자긴 사람이 발전하려면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있던 정도 없었지만 정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성희롱적인 언사는 기본이고 내가 잘 못하면 장비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정말 내가 업무 익힐 때까지 참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었고 부모님께 힘들다고 하면 ‘세상은 원래 다 힘들다’는 힘 빠지는 소리만 들었다.
지옥 같은 나날이 계속되었고 드디어 업무를 숙지하여 독립할 수 있었다.
군대 상명하달식 조직문화에 너무 넌더리가 났고 회식 때문 단란 주점에서 각종 남직원들의 추태를 목격해야 했다.
그때는 장비 점검 간다는 핑계로 야외로 가는 것이 좋았다.
회사 차가 수동이어서 거의 대중교통으로 다녔다.
한 번은 동두천에 있는 장비 고장으로 수리장비를 백팩에 매고 버스까지 타고 내려서 걸어가고 있었다.
군인을 실은 트럭이 지나갔고 나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아가씨 아가씨’ 난리도 아니었다.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 같았다.
난 눈길 한번 안 주고 가던 길을 갔다.
기계실의 기계음을 들으니 뭔가 안심이 되었다.
그때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좋았다.
기계는 인풋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아웃풋이 나온다.
원하는 아웃풋이 안 나오면 그 결함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기계는 배신하지 않는다.
상사는 일 열심히 한다고 좋아했지만 난 사무실보다 기계에게 도망치듯 그렇게 지냈었다.
가끔 그 지역을 지나가면 그때 생각이 난다.
치열했던 나의 그 시절이여 안녕~
잘 버텨줘서 잘 이겨내줘서 너무 기특해!
과거의 나로 돌아가서 꼬옥 안아주고 싶다.
#과거#기계#사람#회사